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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67)가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에 맞고 쓰러져 치료를 받다 8일 사망했다. 일본 우익 세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사망에 일본 열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에서 총리급 인사의 암살 사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했으며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이기도 했다. 

◆ 범행 동기는? "모친 종교단체 확산 배후로 보고 범행"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소식도 속속 들려온다.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특정 종교 단체에 원한이 있었다"며 "자신의 어머니가 빠진 종교 단체에 아베 전 총리가 보낸 영상을 본 뒤에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경찰 진술에서 "어머니가 큰 돈을 기부해 집이 파산했다.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초 이 종교단체의 지도자를 노렸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차 종교 확산의 배후가 아베라고 믿고 살해 대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해당 종교단체는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실제로 해당 종교단체 신자로 등록되어 있다고 확인했으며, 현지 경찰에 따르면 2002년 실제로 파산 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일본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 9일 보도에 따르면 총격범의 모친이 빠진 종교는 옛 통일교회(세계평화통일 가정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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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제작한 수제총은 길이 40 센티미터·높이 20 센티미터로, 금속의 통 2개를 나무판과 테이프로 고정시킨 것이다. 한 번의 발사로 6개의 탄환이 나가는 형태로 두 번 발포가 가능하다. 수사 관계자는 "사용한 총의 사양에서 강한 살의를 느낄 수 있다. 야마가미 용의자 스스로도 살해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참의원 선거에도 영향....동정표 몰리나 

이런 가운데 일본 제26회 참의원 선거가 오전 7시부터 일본 전역에서 시작됐다. 

125석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의 쟁점은 기시다 정권에 대한 평가 외에, 물가 상승 대책, 방위력 존재 방식을 비롯한 외교·안전 보장 정책 등이다. 

이번 피격 사망 사건이 선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야당측이 반전의 발판을 만들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 역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동정표까지 고려하면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 개헌에 동조하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는 개헌 세력이 개헌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는 3분의 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컨설팅 업체 테네오 인텔리전스 역시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영향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동정표가 여당표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아베 전 총리, 우익의 상징이자 反韓 대표인사

아베 전 총리는 총 8년 8개월간 장기집권한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다. 2차대전 A급 전범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총리를 지냈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무상을 지낸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났다.

1993년 야마구치(山口)현 중의원 의원 당선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해 2005년 관방장관을 거쳐 2006년 52세에 전후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인해 1년 만에 스스로 사임했다. 그러나 2012년 재집권에 성공, 2020년 건강문제를 이유로 퇴진할 때까지 1인 독주체제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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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사임하며 건강문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아베 내각이 장기 집권을 통해 안정적인 권력 기반을 누린 것에 반해 성과가 아쉽다는 평가와 함께 일본 정치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 기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위안부 피해자 문제·일제 강제 동원 노동자 판결 문제 등 한국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이를 기반으로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한층 심각해졌다.

사임 이후에도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을 이끌었던 수장이자 강경보수 세력의 핵심 인물로 일본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포스트 아베' 레이스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집권이 가능했던 것도 아베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을 이끌던 그의 사망은 10일(오늘) 일본 참의원 선거를 비롯해 향후 일본 정국과 동아시아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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