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 이외의 동물도 통증을 느끼는가?'라는 의문은 동물 실험이나 가축 등 다양한 윤리적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앞서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 '문어는 통각이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된 바 있다. 

국제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곤충이 통증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새롭게 보고됐다. 

최근에는 다양한 동물 실험에 상대적으로 높은 윤리적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곤충은 '통증을 느낄 수 없다'고 여겨져 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초파리는 원숭이·쥐와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영국 퀸메리런던대와 이란 테헤란대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곤충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곤충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설(設)은 중추신경계가 포유류 등과 비교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치더라도 통증을 뇌가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나비목 곤충의 유충 등은 몸 일부에 자극을 주면 온몸을 구부려 통증에 반응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지만 이 반응이 뇌를 통한 것인지, 아니면 뇌를 거치지 않은 반사적 행동인지는 불명확하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통증에 대해 곤충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아닌 '통증에 곤충이 반응하지 않는 구조'에 주목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동물은 체조직이 손상되거나 화학적 자극에 노출되면 감각뉴런을 통해 자극이 전기신호로 변환되고 이들 신호에 따라 다양한 반응과 통증이 발생한다. 이는 '침해수용통증(Nociceptive Pain)'이라고 불리며, 통증을 통해 손상 부위를 보호하거나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나치게 강한 통증이 발생하면 침해 수용이 억제되고 반대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를 당한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까지 자신의 부상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자 통증을 느끼는 것은 뇌에서 진통작용이 있는 화학물질을 생성해 통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곤충은 인간의 통증 제어에 중요한 오피오이드(Opioid) 수용체가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곤충이 외상을 입었을 때 생산되는 통증 억제 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신경펩타이드가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곤충은 평소 통증을 느끼지만, 특정 상황에서 신경펩타이드를 생성해 통증을 억제하거나 느끼지 않고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마귀 수컷은 짝짓기 후 암컷에게 잡아먹히는데, 이때 수컷이 심하게 저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마귀는 통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사마귀 수컷이 저항하지 않는 것은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닌 '교미 후 생산된 신경펩타이드로 통증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곤충이 특정 상황에서 다른 행동 요구를 우선시해 침해수용통증을 줄이고 있음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곤충의 뇌가 통증을 제어하고 있다는 의미이자, 곤충 역시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