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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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휴대용(목·손)선풍기의 전자파는 위험한걸까. 무해한걸까.

최근 휴대용 선풍기의 위해성과 관련해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발암 위험성’을 경고했고, 검증에 나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일 “국제표준 인체보호기준의 2.2∼37% 수준의 전자파가 측정됐기에 인체 안전기준에 충족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전자파 위해성 논란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부 사이에서 엇갈린 입장이 나오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봤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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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측정 결과는 '답'이 아니다?

양쪽 입장만 놓고 보자면 마치 측정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측정 결과의 수치를 보면 시민단체와 과기정통부의 측정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앞서 시민단체는 10개의 휴대용 선풍기(목·손)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결과에서는 목 선풍기에서는 평균 188.77mG(최소 3.38∼최대 421.20mG)의 전자파가, 손 선풍기에서는 평균 464.44mG(최소 29.54∼최대 1천289mG)수준의 전자파가 나왔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전자파를 '발암가능'(2B·'possibly carcinogenic')로 분류했다”며 “4mG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위해성을 경고했다.

과기정통부는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10개의 목·손선풍기를 포함해 시중에 유통 중인 20개의 제품을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했다. 국제표준과 동일한 국립전파연구원 측정기준에 따라 측정이 진행됐고, 결과는 휴대용 목·손선풍기에서 발생한 전자파는 국제적으로 권고된 인체보호기준의 2.2∼37% 수준이었다.

얼핏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주파수별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30㎐=1666mG, 60㎐=833mG, 200㎐=250mG, 800㎐=62.5mG다. 측정 결과인 2.2~37%를 대입해보면 과기정통부 측정에서도 수십에서 수백mG가 나온 휴대용 선풍기가 있다는 말이다.

결국 이 주장의 본질은 측정 수치의 차이가 아닌 것이다. 시민단체는 “4mG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적 노출 시 발암 위험성이 있고 휴대용 선풍기 대부분이 이 수치를 넘어선다”고 위험성을 주장한 것이다.

반대로 과기정통부는 “4mG 전자파 장기간 노출에 대한 위험성은 소아백혈병 가능성에 대한 역학연구 결과 중 하나로,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을 제·개정하는 국제기구인 ICNIRP에서는 과학적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준에 반영하지 않는다”며 “WHO 권고에 따라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ICNIRP의 국제표준 안에 드는 수치이니 인체에 안전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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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년 전부터 불거졌던 ‘전자파 위해성’ 논란

사실 전자파 위해성에 대한 입장 차는 휴대용 선풍기를 통해 불거진 문제만은 아니다. 과거 송변전시설, KTX,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에서 불거졌던 문제다. 그로 인해 관련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고, 여전히 수십년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무해 입장이 갈리고 있다.

시민단체가 언급한 국제암연구소(IARC) 외에도 세계보건기구, 영국 국립 방사선방호위원회(NRPB),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건과학부에서 4mG 자기장 노출시 어린이 백혈병 위험 증가를 발표한 적이 있으며, 앞서 국제 표준을 제정했던 ICNIRP에서도 2001년 상임위원회 보고서에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무해하다는 입장을 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독성연구부 정문구 박사팀이 2002년 5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임신.수유기(40일 가량) 생쥐 96마리를 24마리씩 나눠 한 그룹은 정상으로 놔두고, 나머지 3개 그룹에 50mG, 833mG, 5000mG의 전자파를 각각 노출시킨 뒤 임신과 분만, 어미의 수유기 상태, 2세의 출생 후 성장, 행동, 생식 과정 등을 8개월간 종합 관찰한 결과, 임신.출산에 영향도 엇었으며 2세 동물의 성장·행동·생식에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B. 베이레 박사, 독일의 카이펫츠 박사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4mG 전자파 장기 노출에 대한 위험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충분한 근거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전자파 위해성 논란에 대한 판단은 또 다시 국민 개개인의 몫으로 남게 됐다. 결국 유해성 여부에 대한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전자파 노출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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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국립전파연구소 페이스북 캡처

■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방법은?

유해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에 조심해야 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일상 생활에서 전자파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거리가 멀어지면 노출 양이 크게 감소된다. 특히 수면 시간으로 장기간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는 취침시에는 전자기기를 멀리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파가 약한 곳에서는 휴대폰 등의 무선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전파가 약한 곳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전파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 전자파가 더 강하고 세지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지하철, 자동차에서는 전자파가 5~6배 강해진다고 한다.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도 있다.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다. 녹황색 채소에는 항산화작용 효과가 있어 활성산소 억제에 도움이 된다. 또 전자기파의 양이온을 중화시켜 줄 수 있는 음이온 방출 식물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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