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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유전이나 유소년기 환경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구조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7200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학창 시절에 부유한 친구를 둔 사람은 장래 수입이 높아지기 쉽다"는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하버드대·스탠퍼드대·뉴욕대 등의 공동연구팀은 미국에 거주하는 25~44세 성인 84%를 커버하는 7200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는 210억건 이상의 친구 연결을 조사했다.

연구에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연구팀도 참여했으며 수집한 데이터에는 성명을 제외한 주소의 우편번호·출신 대학·스마트폰 기종·나이·기타 특성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세무기록과 인구조사 데이터 등도 참고해 사용자 수입을 추정한 뒤 그 사람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고소득 친구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조사했다. 또 약 2000만명의 사용자에 대해서는 출신 고등학교 및 부모와의 연결도 찾아낼 수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 사람들이 삶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친구들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는지, 살던 지역의 사회경제적 경향은 어땠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부유한 친구가 많은 환경에서 자랄 경우 장래 수입이 높아진다'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가난한 가정의 자녀가 '친구의 70%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 성인이 된 이후 소득이 약 20%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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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상관관계는 학교 수준·가족구성·고용기회·커뮤니티의 인종구성 등 일반적으로 미래 수입과 관련된 요인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뛰어넘은 친구들의 연결을 연구팀은 '경제적 연결성(economic connectedness)'이라고 칭했다. 유사한 사회경제적 상황의 지역이라도 경제적 연결성이 강한 지역이 소득 유동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경제적 연결성이 소득 증가와 관련된 이유에 대해서는 '고소득 가정의 자녀와 친구 관계가 됨으로써 미래 설계에 영향을 받고, 친구가 아니라면 얻을 수 없었던 정보나 고용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 주요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라즈 체티(Raj Chetty) 하버드대 교수는 "사회적 계급의 경계선을 넘어 연결되는 커뮤니티에서 자라면서 아이들의 성과가 향상되고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미국에서는 부자인 사람은 부자인 친구를 두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친구를 두는 경향이 뿌리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같은 인종과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과 애초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부유한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적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격차를 극복한 친구 관계를 구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오늘날의 미국에서 결여된 것, 그리고 지난 50년간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은 '교량형 사회자본(Bridging Social Capital)'으로 불리는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비공식적인 연결고리"라며 "경제적 연결성 구축은 미국 사회에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입 격차를 극복하고 친구 관계를 맺는 정도는 자신과 다른 경제 상황의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상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지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단순히 주택 보조를 통해 지역 인구 다양성을 향상시키거나 대학이나 고등학교가 다양한 경제 상황의 학생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는 미래 격차 해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이자 뉴욕대 경제학자인 요하네스 스트로벨 교수는 "경제적 연결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소득이 다른 사람들의 상호 교류에도 마찬가지로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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