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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거북이 중에는 주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종(種)도 존재하며, 겨울철 등은 물속에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버틸 수 있다. 이처럼 거북이가 수중에서 오랜 시간 지낼 수 있는 이유가 폐 호흡뿐만 아니라 '엉덩이 호흡'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존재한다. 

실제로 거북이는 엉덩이로 호흡을 할 수 있을까? 

과학 매체 '라이브사이언스(Live Science)'는 "정확히 말하면 거북이는 엉덩이를 통해 숨 쉬지 않는다. 그것은 거북이가 엉덩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거북이는 항문·배뇨구·생식구를 겸한 '총배설강'이라는 기관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총배설강 호흡'을 하고 있으니 간단히 '엉덩이 호흡'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틀렸다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생물생리학자인 크레이그 프랭클린(Craig Franklin) 교수에 따르면 총배설강 호흡을 하는 거북이는 총배설강에서 점막낭이라는 두 개의 주머니 모양 기관에 물을 보낸다. 그리고 점막낭에 모인 물에 함유된 산소가 벽면에 늘어선 작은 돌기를 통해 혈액 속으로 퍼지는 것이 거북이의 '총배설강 호흡' 구조다.

그러나 총배설강 호흡은 일반 폐 호흡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며, 많은 거북이는 일반적으로 폐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물살이 빠른 강이나 빙판 등 공기를 마시기 어려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는 소수의 담수종만이 총배설강 호흡을 사용한다.

세계에는 총배설강 호흡을 할 수 있는 하천 거북이 10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에 분포하는 거북이(Rheodytes leukops)는 물살이 빠른 하천의 급류 바닥에 서식하며, 총배설강 호흡을 통해 100%의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산란기 외에는 폐 호흡을 하는 일도 드물다.

Rheodytes leukops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그러나 그 외의 모든 종은 총배설강 호흡만으로 필요한 산소를 조달할 수 없고 물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정도다. 프랭클린 교수는 "가령 숨을 멈춘 채 물속에 15분간 머무는 대신 몇 시간 동안 물속에 머물 수 있는 셈이다"라고 말한다.

유속이 빠른 곳에서 호흡을 위해 수면까지 오르면 떠내려갈 위험이 있는 경우 총배설강 호흡은 유용하다. 또 물 밑에 가만히 있으면 포식자에게 발견될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포식자들이 노리기 쉬운 새끼 거북이에게 특히 중요하다. 플랭클린 교수는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거북이가 포식될 위험이 가장 높은 것은 물속에서 지상까지 헤엄칠 때다. 어린 거북이는 일반적으로 성체보다 총배설강 호흡이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에 포함된 산소는 같은 양의 공기와 비교해 2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삼투압 조절에 의한 에너지 소비도 있어 폐 호흡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떨어진다.

한편, 북미 전역에 분포하는 6~7종의 민물 거북이는 '겨울철에 물밑에서 동면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총배설강 호흡이 가능하다. 이들 종은 빙판 바닥에서 수 개월간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100일 이상 얼음 밑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종의 총배설강 호흡은 물속의 산소를 점막낭 표면으로 수동적으로 확산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피부 호흡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양서류나 파충류, 제한적이긴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일부 포유류도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 로렌션대 생물생태학자인 재키 리츠거스(Jackie Litzgus) 교수는 "겨울잠을 자면 큰 폭으로 대사율이 떨어지고 필요한 산소가 적어 수동적인 총배설강 호흡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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