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동문서답 ‘쿠팡·이주영’…해답 없는 ‘진실공방’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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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와 이주영 감독의 ‘안나’ 편집권 침해 및 작품 훼손 진실은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안나’ 편집권 침해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최근 비공개 회동 후 이주영 감독 측이 쿠팡플레이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았음을 알리며 일단락 되는 듯 보였던 ‘안나’ 무단편집 논란이 쿠팡플레이의 “허위 사실” 대응으로 새국면을 맞게된 것.

양측이 만난 것은 분명한데 마치 서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처럼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기에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 때문에 양측은 조금의 배려나 이해없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분석해 봤다. 

■ ‘안나’ 사건의 개요

사건의 발단은 8월초 이주영 감독의 ‘안나’ 편집권 침해 폭로가 터지면서다. 지난 6월24일 쿠팡플레이에서 첫 방송된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 그린 작품으로,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수지는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여자가 겪는 인생 파고를 완벽히 연기하며 ‘인생캐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에 '안나'는 쿠팡플레이 인기작 TOP 20에서 18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작품성과 화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안나’가 쿠팡플레이를 OTT 플랫폼계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시켜줄 ‘효녀작’이라는 평이 가득했다.

하지만 인기 절정의 순간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8월2일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감독의 편집권을 침해했으며, 크레딧에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도 무시했다”고 폭로하며 쿠팡플레이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쿠팡플레이 측의 반응은 “문제 없다”였다. 쿠팡플레이는 “수개월에 걸쳐 이주영 감독에게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이 수정을 거부해, 제작사의 동의를 하에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원래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반박했다.

공방이 오가며 소송이 기정사실화 되는 듯 보이던 시점에 한국영화감독조합(공동대표 민규동·윤제균 감독)이 중재에 나섰다. 이들은 이주영 감독 측과 쿠팡플레이의 비공개 회동을 주선했고 사건은 일단락 나는 듯했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가 “지난 19일 쿠팡플레이와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총괄책임자로부터 해당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았다”고 밝힌 것.

그러나 쿠팡플레이의 입장은 달랐다. 22일 쿠팡플레이는 “크레딧 이름 삭제는 맞지만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없었다”며 “회동에서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고 재반박했다.

물론 이에 대해 이주영 감독 측은 다시금 “총괄 책임자가 직접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7차례나 사용했고,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재편집이 아니었음도 인정한 적 없다”고 밝히며 “21일 '공동입장문'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22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쿠팡플레이 측이 회의 불참 후 '공동입장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입장문'을 배포할 것이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법정에서 만나는 건 이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는 “법적 조치를 통해 회의록을 포함한 증거를 제시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고, 이주영 감독 측도 ”쿠팡플레이의 행위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라고 형사 고소, 손배소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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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플레이의 이해되지 않는 ‘강경 대응’ 이유는?

그렇다면 업계 관계자들은 ‘안나’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특이하게도 ‘안나’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나뉘었다. 영화 제작업계는 쿠팡플레이의 행동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고, 드라마 제작업계는 편집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방송국의 편집권 침해는 흔한 일이다. 방송사와 의견 대립으로 제작진이 바뀌는 일도 잦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는 ‘안나’ 사태를 방송국 입장에서 바라보고 것이고, 영화 ‘싱글라이더’ 등을 연출한 이주영 감독은 영화 제작업계 입장에서 ‘안나’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계에서 발생한 편집권 침해 소송은 감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베니싱트윈’의 경우처럼 영화는 극본의 완결 후 제작에 들어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편집권을 침해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쪽은 다르다.

초기 대본이 나오면 촬영에 들어가 마지막회를 앞두고 탈고가 되는 경우가 많아 감독과 작가가 방송사에서 서사구조나 개연성을 훼손한 부분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또 절대갑의 위치에 있는 방송사와 트러블도 부담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안나’는 대본이 마무리된 후 제작이 됐기 때문에 감독이 법정공방에서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안나’는 이주영 감독이 2017년 말부터 3년8개월에 걸쳐 극본을 집필한 작품으로, 8부작 대본이 제작사를 통해 쿠팡플레이에 전해져 제작 승인이 났다.

소송으로 가면 쿠팡플레이로서는 이기든 지든 모두 손해일 수밖에 없다. 소송에서 지면 손해배상은 물론이고 OTT 업계 작품 편집권에 대한 선례가 남기게 되는 것이고, 소송에서 이겨도 ‘갑질’이라는 인식을 주며 영화 제작업계가 쿠팡플레이를 파트너로 꺼리게 될테니 말이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이유로 쿠팡플레이는 소송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런 대응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제작업계 관계자는 “아마도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인 듯 하다”고 말했다. ‘안나’의 일방적 편집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추후 제작되는 모든 오리지널 드라마에 대해 계약 조항에 명기를 했음에도 영향력 행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일 거라고 예상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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