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정신노동은 육체적 움직임이 없지만 지속하면 강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격렬한 운동이 육체를 소모시키듯 정신노동도 실제로 뇌를 소모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격렬한 육체노동을 한 사람은 전신에 땀을 흘리거나 호흡이 빨라지는 등 외형상 금방 지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정신노동은 외형의 변화가 거의 없어 본인이 '피곤하다'고 말해야 피곤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학교 시험이나 어려운 과제를 마친 상황을 떠올린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두뇌 노동은 피곤하다'는 데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피로는 일종의 '인지적 피로'에 가까운 것으로, 졸음이 온다기보다는 뭔가 작업을 실행하거나 더 이상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노동으로 인한 피곤감이 생기는 매커니즘은 잘 알지 못했다. 

◆ 독소 분비 중단해 뇌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대학병원 등 프랑스 공동연구팀은 글루타메이트(글루탐산·glutamate)가 정신노동으로 인한 피로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련 논문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글루타메이트는 중추신경계에서 분비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주로 기억이나 학습과 같은 고차적 뇌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글루타메이트가 과잉되면 신경세포 손상이 올 수도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urrent Biology

연구팀은 24명의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6시간 이상 컴퓨터 화면으로 고강도 정신노동 테스트를 진행했다. 알파벳을 연속해 보여주며 현재 화면 속 알파벳이 세 번째 앞선 것과 동일한지 다른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후 MRI 일종인 자기공명분광법(MRS)로 뇌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머리를 많이 사용한 그룹은 단기 기억이나 의사결정과 같은 고차 인지력과 관련된 뇌의 측면 전전두피질에서 글루타메이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 날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 16명의 실험 참여자에게는 지금 보는 화면속 알파벳이 바로 앞의 것과 동일한지 다른지를 물었다. 이 경우에는 글루타메이트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정신노동을 계속하면 글루타메이트 농도가 올라가며,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인지 피로가 생겨 더 이상 축적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글루타메이트 증가가 인간의 정신적 지구력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노동 피로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가설은 뇌의 에너지 부족이나 도파민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과도하면 유해물질이 될 수 있는 글루타메이트의 증가를 원인으로 본 이번 가설은 정신노동이 실제로 뇌에 기능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의 마티아스 페시글리오네(Mathias Pessiglione) 교수는 "이미 글루타메이트가 수면 중 시냅스에서 제거된다는 좋은 증거가 있다"며 "뇌의 피로를 회복하려면 휴식과 수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팀은 과하게 정신을 집중하면 왜 전두엽 피질에 글루타메이트가 축적되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피로감이 유발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