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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애플 공급업체들이 미국 내 제조거점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애플이 이번에 공표한 2021 회계연도 공급업체 리스트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미국에 제조 거점을 둔 공급업체는 약 180사 중 48사로, 1년 전의 25사에서 거의 배가 늘었다. 30개가 넘는 거점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는 1년 전 10개 미만에서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통신 반도체를 공급하는 퀄컴과 반도체 위탁 생산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 모회사인 홍하이 정밀공업, 이미지 센서 업체인 소니 등 주요 애플 공급업체 모두 미국 생산 거점을 늘리는 추세다. 

◆ 높아진 美 제조시설의 중요성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당 리스트에는 애플이 각사와 어느 정도의 거래를 하는지와 공급업체들의 업무 내용에 대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가지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나는 애플이 여전히 동아시아, 특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50여개 공급업체가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리스트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터 카메라 부품 등의 전자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한국 일본 기업이 망라돼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거점은 여전히 적은 편이지만, 한층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공급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사업은 중국 대규모 공장과 같은 방식이 아닌, 소규모 생산라인이나 신제품 테스트 라인, 혹은 서비스 관련 업무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급업체에 입장에서 애플 본사 근처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특히 신제품 소재 및 부품 테스트와 관련된 업무에서 이점이 될 수 있다.

◆ 엄격한 중국의 입국 관리가 도화선

코로나19 확산 전 애플은 매달 수백명의 기술자를 중국으로 파견해 위탁생산업체 등의 업무를 감독했다. 하지만 감염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의 엄격한 입국 관리하에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왕래가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 제한과 격리 조치 등을 우려해 출장이나 주재를 목적으로 한 직원의 중국 입국을 주저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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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캘리포니아주 본사 직원이 제조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원격으로 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패드를 이용해 현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또 AR(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본사 기술자가 공장내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면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에 대한 한계를 느끼면서 2020년 이후 공급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에 52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보조금은 미국 내 반도체 신공장 설립 기업에 지급되며 미국 기업 외에 외국 기업도 그 대상이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동아시아 공급업체들이 미국 거점의 역할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애플은 지정학적 긴장과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공급업체에 대해 중국외 거점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미 폭스콘이 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 근교의 공장에서 아이폰14 시리즈를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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