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일본 TBS 방송 화면 캡처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일본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渋谷)는 핼러윈 행사의 명소다. 코스프레 문화가 활발한 일본에서도 핼러윈 시즌이 되면 이태원에 버금가는 인파의 젊은이들이 번화가에 몰려든다. 

일본 경찰은 그동안 직접 현장을 철저하게 통제해왔으며, 코로나 방역이 완화된 올해는 예년 이상으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 유사한 압사 사고 경험한 일본..."철저한 경계"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사고 소식에 비탈길이나 계단 등 위험 요소가 많은 시부야에 다수가 모이는 것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며 "일본에서 과거 같은 종류의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전문가들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한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1956년 1월 니가타현 야히코 신사에서 약 3만명이 몰려 124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태원 사고는 좁은 장소에 대규모 인원이 몰려 대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일본 전문가들은 2001년 7월 11명이 숨지고 247명이 부상을 입은 효고현 아카시시(市) 육교 사고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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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청 시부야서는 "경비 체제에 변화는 없지만, 엄중한 경계 태세로 임하고 있다. 교차로와 주변 상가에도 기동대원을 배치해 사람을 유동시키고 체류 없이 이동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시재해 전문가인 히로이 유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한국 현지 상황을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예상을 넘는 인파 속에서 갑자기 이동하거나 걸려 넘어진 사람이 있어 거기서부터 전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촉발의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DJ폴리스’로 불리는 경찰관을 출동시켜 핼러윈 축제를 맞아 중심거리와 주변의 노상 음주를 금지하는 등 안전 대책에 임해왔다. 또 핼러윈 데이 당일인 31일은 점포를 대상으로 주류 판매 자숙도 요청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일본 TBS 방송 화면 캡처 

아울러 매년 행사 당일에는 보행자 전용도로 및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일정 방향으로 통행을 유도하는 한편, 시민에게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부야구도 지자체 차원에서 민간 경비원 약 100명을 배치하고 직원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순찰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대규모 인파 사고 대비한 조례 제정...예방에 초점

시부야구가 핼러윈 데이 안전사고에 이처럼 철저히 나설 수 있는 배경은 2019년 6월 20일 통과된 관련 조례(시부야역 주변 지역의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 확보에 관한 조례) 덕분이다. 조례는 "핼러윈, 연말 새해 카운트다운 등 특정 기간에 일부 방문객의 민폐행위로 거리의 안전하고 쾌적한 질서가 위협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하세베 겐(長谷部健) 시부야구청장은 이미 10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28일부터 4일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시부야역 주변 대상 지역의 도로나 공원 등에서 노상 음주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HK 방송 화면 캡처 

또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예년보다 많은 시민이 시부야에 모일 것이라며, "시부야를 좋아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핼러윈에 오지 마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룰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세베 구청장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룰을 지키는 사람은 시부야를 지키는 사람' 등의 슬로건을 역 앞이나 상가 곳곳에 설치하며 안전한 핼러윈 데이 축제를 즐기도록 호소하고 있다.

히로이 교수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흥분 상태가 되기 쉬워 이러한 대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위기관리 전문가인 후쿠다 미쓰루 일본대 교수는 "사람이 과밀해지는 장소의 리스크를 감안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벌리고 흐름을 분산시키는 등 가급적 사람이 밀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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