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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행동에는 저마다 개성이 존재하고 있지만, '도대체 언제부터 행동의 개성이 생기고 발달하는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많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 물고기의 행동을 출생 직후부터 추적한 실험 결과, 행동의 개성은 '생후 1일차'부터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Communications

일반적으로 행동의 개성은 유전자나 사회적 환경 등의 조건 차이로 생긴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담수어 '아마존몰리'(Amazon molly·학명:Poecilia formosa)를 이용한 2017년 연구에서 유전자가 같은 개체를 고도로 표준화한 환경에서 사육했음에도 생후 7주차에 행동의 개성이 확인됐다. 

아래가 개성이 드러나는 3가지 패턴을 간단한 이미지로 나타낸 것이다. 왼쪽이 '출생 시점에서 개성이 존재하는 패턴', 중간이 '출생 후 서서히 개성이 드러나는 패턴', 오른쪽이 '특정 시점에서 갑자기 개성이 드러나는 패턴'을 의미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Communications

이에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아마존몰리를 출생 직후부터 동일 환경에 분리한 다음, 고성능 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행동을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출생 직후 물고기를 빛·온도·먹이·사회적 밀도 등의 환경을 동일하게 갖춘 수조를 사용했다. 그리고 싱글보드 컴퓨터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와 카메라를 이용해 구축한 자동 기록 시스템을 통해 수조에 넣은 직후부터 생후 10주까지 사진을 정기적으로 촬영했다. 

아마존몰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Wikimedia

사진 촬영은 물고기가 행동하는 낮 11시간 동안 3초 간격으로 이루어졌다. 일일 촬영 매수는 1만 3200매에 달하며, 실험 기간 중 촬영된 총 사진 매수는 1마리당 90만매 이상이었다. 사진 데이터는 매일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제작해, 맞춤형 추적 소프트웨어로 수조 내 위치 좌표를 추출해 유영 속도의 중앙값이나 활동 경향 등의 행동 개성을 추적했다.

실험 결과, 아마존몰리의 행동적 개성은 생후 첫날부터 일관되게 존재했으며, 개성의 차이는 모체나 몸의 크기 등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후 10주차에 걸쳐 서서히 개성이 강화되는 시기나 발달 초기의 개성은 발달 후기의 개성과 유의미하고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아래 그래프는 데이터로 추측한 특정 개체의 유영 속도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출생 직후부터 수영이 빨랐던 개체는 이후 단계에서 더 유영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느린 개체는 이후에도 더딘 상태로 발달 초기의 개성이 이후에도 유지·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Nature Communications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에서 출생 직후부터 이러한 개성 차이가 생기는 것에 대해 연구팀은 '모체의 DNA 메틸화나 호르몬과 같은 모체 내 환경의 차이' 가설과 '분자적·신경학적·생리학적 마커의 확률적 변동의 결과' 등의 가설을 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이러한 차이로 생기는 개체차는 환경에 대한 종(種)의 적응성을 높여 유전적으로 동일한 아마존몰리의 생존 확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연구팀은 "행동 개성은 동물집단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이번 연구는 유전적·환경적 차이가 없는 경우 이들 개체 간 차이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달하는지에 대한 '귀무 모델(Null model)'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개성은 유전자나 경험의 차이, 특정 생태학적 조건에 의해 생긴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는 출생 전의 프로세스가 행동 개성을 만드는 데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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