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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책으로 대규모 식재(栽植)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프로젝트 상당수가 산림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2012년 3월 8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서 추진된 숲 조성 활동은 1시간 만에 무려 100만 그루 이상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어 기네스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20년 시점에 생존한 맹그로브 개체는 2% 미만이고 나머지 98%는 고사 또는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무를 심은 장소가 맹그로브가 호흡을 위한 산소를 얻기 어려운 부적절한 곳으로 확인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패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빈번한 프로젝트 실패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축과 탄소 크레딧 거래를 통해 숲 조성을 기후변화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만드는 노력을 망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2019년 11월 자원봉사자들이 터키 전역 2000여 곳에 약 1100만 그루를 심은 활동에서는 두 달 후 묘목의 약 90%가 고사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인도 북부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대규모 숲 조성 프로젝트도 삼림 확대와 이산화탄소 흡수 등으로 이어진 증거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2019년 조사에서는 필리핀 국가 녹화 프로그램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와 함께 '조사·지도 작성·계획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산림 보호와 더불어 새로운 삼림 조성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국제임농복합경영센터(World Agroforestry Centre) 라리사 두구마(Lalisa Duguma) 연구원은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숲 조성 사업은 정부나 기업이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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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은 다양하지만, ▲질병에 걸리기 쉬운 단일종 식재 ▲부적절한 토지 식재 ▲기후변화 ▲사후 관리 결여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네덜란드 NGO 국제습지보전연합은 "최근 진행된 맹그로브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불과 15~20%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활동에 수 천만유로가 들어간다"고 비난했다. 

최적의 계획과 꾸준한 관리에도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조성된 산림은 기후변화로 산불 피해 가능성이 크게 높아져, 산림 존속과 탄소배출권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21세기 말까지 미 서부 산불 발생률은 4배로 늘어날 전망으로 일각에서는 탄소 배출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나무가 필요한지,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 미리 묻고 사회적 및 환경적 조건을 적절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삼림 생태학자들은 수목 본연의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대규모 식재보다 삼림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국제습지보전연합은 맹그로브에 대해서도 대규모 식재 프로젝트가 아닌,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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