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미국 코넬대 연구팀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 일명 '지옥철'로 불리는 움직이기도 어려운 만원 지하철을 타면 그저 빨리 원하는 역에 도착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최근 가상현실(VR)을 이용해 혼잡한 지하철을 재현한 실험에서 '지하철이 붐빌수록 시간의 흐름이 천천히 느껴진다'는 연구결과가 새롭게 발표됐다. 논문은 영국 사회과학 학술지 ‘세이지 저널(SAGE journal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AGE journals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주관적인 감정이나 상황의 복잡성에 좌우되며, 일반적으로 즐거운 시간일수록 빠르게 지나가고 고통스러운 시간일수록 느리게 느낀다. 체감 시간 변화를 조사한 과거 연구는 컴퓨터 작업이나 화면상 자극 등을 이용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나, 이는 현실 세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전철 안을 재현한 실감나는 VR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혼잡도에 따른 체감 시간 변화를 테스트했다. 연구팀이 실험을 위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참여자 41명(19~51세)은 VR 헤드셋을 쓰고 다양한 혼잡도와 시간으로 지하철 내부 시뮬레이션을 체험했다. 실험은 뉴욕시 지하철을 본뜬 차량에 승차하는 데서 시작해, 다음 역에 도착해 알림음이 울리면 종료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혼잡 수준은 '1제곱미터당 인원 1명(차량 내 35명)'에서 '1제곱미터당 인원 5명(차량 내 175명)' 사이에서 변동되었으며, 참여자는 지하철 내에서 머리를 움직이거나 걸어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승객 아바타는 자세를 바꾸거나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자연스러운 행동을 재현하도록 제작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동시간은 60초·70초·80초 가운데 랜덤 배정됐으며, 총 5회에 걸쳐 지하철에 탑승해 각기 다른 혼잡 수준에서 체험했다. 실험이 종료된 후 참여자들은 체험이 쾌적했는지, 아니면 불쾌했는지 여부를 1~7 레벨에서 선택하고 이동 시간이 몇 초였는지 가능한 한 정확하게 추정하도록 요청했다.

실험 결과 1제곱미터당 인원이 1명 늘어날 때마다 체감 이동시간이 평균 1.8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붐비지 않은 상황에 비해 가장 붐비는 상황에서 이동시간이 약 10%나 더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체감 시간 변화는 이동 시 쾌·불쾌 정도와 관련성을 보였다"며 "이는 혼잡으로 인한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 침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논문 최대 저자이자 코넬대 심리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사이데 사데기(Saeedeh Sadeghi)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사회적 혼잡으로 시간을 포착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혼잡은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그것이 이동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논문공저자인 아담앤더슨(Adam Anderson) 코넬대 심리학 교수는 "이 연구는 우리의 일상적인 체험이나 주관적인 감정이 얼마나 시간 감각을 크게 왜곡시키는지에 대한 것이다. 시간이란 우리가 그것을 자원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변동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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