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euralink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관련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연결한 인공지능(AI)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 같은 기술이 실현되면 몸에 불편을 안고 있는 사람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컴퓨터에 저장해 사람과 AI의 '하이브리드'를 실현하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 

뉴럴링크는 2020년 뇌 임플란트용 칩 '링크(Link)'를 발표했다. 생각을 조정할 수 있는 전극을 뇌에 이식하는 '신경 레이스' 기술 구현을 목표로, 마이크론 전극 약 1000개를 뇌에 심어 블루투스(Bluetooth) 접속으로 통신하고 조작하는 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페이저라는 이름의 원숭이가 BCI 디바이스로 탁구 게임을 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조이스틱 없이 생각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당시 머스크는 "원숭이가 뇌 칩을 통해 텔레파시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뉴럴링크, 실험 통한 동물 학대 지나쳐...당국 조사 착수 

이런 가운데 뉴럴링크가 불법적인 동물 실험을 반복해 동물애호단체가 뉴럴링크를 고발했고, 이미 미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는 뉴럴링크 내부에서 "회사 내에서 자행되는 실험이 동물들을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미국 동물복지법 위반 가능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2020년 '링크(Link)' 발표 당시 "이미 링크는 인체 임상시험이 가능한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강조했지만 뇌 임플란트 기술은 아직 동물 실험 단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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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뉴럴링크 내부 정보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회사는 연방정부 검찰 요청에 따라 최근 몇 달간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동물 실험 대상의 취급이 동물복지법을 위반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 내부 문서 수십 개를 확인하고 20명 이상의 전·현직 관계자를 인터뷰했다는 로이터는 사내에서 실험 실패가 거듭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동물의 죽음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이터는 "직원들이 인터뷰에서 말한 동물 실험 의혹의 진실성과 구체적 조사 내용은 현단계에서는 판단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매체가 머스크 CEO와 뉴럴링크 임원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 동물 실험으로 1천500마리 희생  

로이터가 소식통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2018년 이후 진행된 동물 실험을 통해 280마리 이상의 양을 포함해 약 1500마리의 돼지와 원숭이 등 동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실험을 통한 동물들의 떼죽음 자체가 법률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동물복지법에서는 기업이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의 수를 정하지 않고 있으며, 언제 어떻게 동물을 실험에 사용할 것인지는 연구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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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뉴럴링크 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일상적으로 동물 실험을 하고 있으며, 실험이 끝난 후 동물들은 연구 목적으로 살처분된다. 

◆ "개발 속도 올려라"...머스크 CEO 압박이 원인?  

문제는 개발 가속화 압력을 가하는 머스크 CEO의 독단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동물이 죽고 있다는 내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도 뉴럴링크 직원 실수로 86마리의 돼지와 2마리의 원숭이가 사망한 4건의 동물 실험이 진행됐다. 뉴럴링크 전 직원은 "이러한 실험상의 실수로 더 많은 동물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실수의 원인은 상사의 압박에 노출된 직원의 부담감과 준비 부족이다"라고 지적했다. 

뉴럴링크 동물 실험에 참여했다는 5명의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테스트 내용을 수정하거나 완전한 결론을 도출하기 전에 여러 번 동물 실험을 반복하라는 회사 방침이 있었고, 그 결과 더 많은 동물이 실험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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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몇 년 전 임원진에 보다 신중한 실험의 필요성을 호소했다는 전직 직원은 "상급자로부터 속도를 의식하고 있는 머스크 CEO의 요구를 감안할 때 그 같은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동물 실험에 대한 반발로 회사를 그만둔 직원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뉴럴링크와 마찬가지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중인 경쟁사 '싱크론(Synchron)'은 FDA 승인을 받아 2021년부터 인체 실험을 시작하는 등 뉴럴링크보다 상용화에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싱크론의 동물 실험으로 죽은 동물은 약 80마리의 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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