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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늑대는 그렇지 않은 늑대보다 더 용감해져 무리의 리더가 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다. 

고양이과 동물을 최종숙주로 하는 톡소포자충은 가령 중간숙주가 된 쥐가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잃게 만들어 잡아먹힐 가능성을 높이는 생태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숙주를 조종하는 특성으로 ‘마인드 컨트롤’ 기생충으로도 불리며, 대체로 야생동물에게서 발견되지만 사람이 감염되기도 한다. 

고양이과 동물의 몸에서 유성생식을 통해 번식하기 때문에, 최종숙주의 몸속에 재진입하기 위해 중간숙주의 뇌 부위에 유충 주머니를 만들고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물질을 분비해 행동을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톡소포자충이 자연환경에 사는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미국 몬태나대 야생생물 생태학자인 코너 메이어(Connor J. Meyer) 박사 연구팀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있는 늑대 행동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늑대에 주목한 이유는 이 지역에는 고양이과 대형 육식동물인 퓨마가 서식하고 있어 늑대가 퓨마의 먹이를 가로채거나 퓨마 배설물과 접촉해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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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구팀이 1995년부터 27년 동안 229마리 늑대 총 256개 혈액 샘플을 채취한 결과, 톡소포자충 감염률은 시료 채취 늑대의 27.1%로 나타났다. 수컷 감염률이 25%였던 반면 암컷은 31.25%로 다소 높았으나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또 퓨마 서식 밀도가 평균(100㎢당 1.8마리)보다 높은 지역과 겹치는 장소에서 지내는 늑대 무리는 서식지가 퓨마와 겹치지 않는 무리에 비해 감염률이 9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이 늑대의 무리 생활과 이동 경로 등을 심층 추적한 결과 감염된 늑대들은 감염되지 않은 늑대들에 비해 가족 등 기존 집단을 떠나 새로운 무리를 꾸릴 확률이 11배 높았으며, 무리의 리더가 될 확률은 다른 늑대보다 무려 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이나 도파민 같은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 성적 매력이 증가하거나 행동이나 성격이 변화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유사한 변화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에게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메이어 박사는 "톡소포자충 감염으로 무모해진 쥐는 고양이의 타깃이 되기 쉽지만, 퓨마와 더불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늑대가 퓨마의 먹이가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북아메리카에는 과거 고양이과 동물로 최대급인 체중 약 200kg의 미국 사자가 서식했으며, 1만1000여 년 전 멸종 전까지 늑대를 잡아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의 번식 성공률 변화 여부와 감염된 리더가 이끄는 무리가 퓨마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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