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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암 치료법이라고 하면 항암제 치료나 외과 수술에 의한 종양 적출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최근에는 암 치료에 백신을 사용하는 '암 백신' 연구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암 백신의 전망과 가능성, 과제 등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저명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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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백신이라고 하면 병원체에서 만들어진 항원을 투여해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암 백신'이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 항원을 백신으로 투여하고 T세포를 유도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암 면역요법의 일종이다. 

암(악성종양)을 백신으로 치료한다는 개념이 생긴 것은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는 암 백신이 거대한 암 종양을 축소시키거나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등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한편 임상시험 규모와 생존율 향상에 대한 효과의 한계, 자원집약형 접근의 필요성 등으로 암 백신의 실용화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네이처에 보고서를 발표한 전문가들은 이 험난한 여정이 현재 암 치료의 유력한 선택지가 되고 있는 암 면역요법이 따라간 역사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1997년 리툭시맙(Rituximab·표적항암제)이 성공할 때까지 20년 동안 암 면역요법에서 중요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시험에서 재현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또 기타 암 면역요법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딘 암 백신이 주목받기 쉽지 않지만, 암 백신에는 '광범위한 암 세포내 항원 세트를 표적으로 할 수 있다'는 명확한 이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암 백신은 성공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미래에 암의 표준 치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 백신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하며, '표적이 되는 암 항원에 대한 사전 정의 여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정의된 공유 항원 백신(Predefined shared antigen vaccines)'으로 칭하는 유형의 암 백신은 종양 유형 등을 공유하는 일정 수의 환자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발현하는 항원을 표적으로 한 것이다. 개별화된 접근법보다 자원 집약적이고 시간도 걸리지 않아 '기성 의약품'을 이용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 이미 여러 암 유형에서 특이한 항원이 발견됐으며 일부 암 백신 연구는 해당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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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달리 특정 환자의 특이적 항원을 표적으로 한 경우를 보고서에서는 '정의된 개별화 항원 백신(Predefined personalized antigen vaccines)'으로 칭하고 있다. 이 접근법은 정의된 항원 공유 백신보다 정교하고 면역체크포인트 저해제와 조합해 광범위한 T세포 반응성을 높일 수 있다. 암 백신을 환자별로 최적화할 필요성이 있어 제작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머신러닝 알고리즘 활용으로 개발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최근 유망한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표적이 되는 암 항원에 대해 사전 정의되지 않은 '익명 항원 백신(Anonymous antigen vaccines)'도 존재한다. 익명 항원 백신은 종양 부위 근처에서 항원을 흡수하도록 유도하는 내인성 암 억제 단백질 APC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지난 50년간의 연구는 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암 백신은 현재 몇 가지 이유로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암 치료에 효과적인 면역세포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고 임상적으로 유의한 연구도 모이고 있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머지않아 실용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남아있는 대표적 과제는 암 백신을 임상시험으로 이행하기 전 단계의 약력학적 평가다. 그동안 확실하게 측정 가능한 암 백신의 약력학적 평가법 부족으로 제대로 지원되지 않은 암 백신이 임상시험으로 이행되고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분야 전체가 후퇴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 백신의 면역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접근법이 도입되면 가장 강력한 암 백신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암 백신의 실용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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