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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동의 레바논은 최근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빈곤율의 급상승 속에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레바논이 태양광 발전을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태양광 패널은 주택 옥상이나 베란다, 상업 시설 등 모든 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그 이유를 크리스틴 먼로(Kristin Monroe) 미국 켄터키대 교수가 해설했다.

먼로 교수는 10년 이상 레바논에서 조사를 벌였지만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방문이 어려웠다. 그 사이 레바논에서는 경제 붕괴와 반정부 시위, 종파 갈등 등이 일어났다. 

1990년대 레바논 정부는 레바논 내전 후 재건 자금으로 국채를 발행했다. 2023년 현재 레바논의 국채 발행액은 약 850억 달러에 달하며 절반 가까이가 전력 부문에 충당된다.

또 오랜 세월 전력 공급에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레바논인 예금을 국영 전력회사 EDL(Électricité du Liban)에 보조금으로 빼돌린 사실이 발각돼 레바논 법정화폐인 파운드는 지난 3년간 가치가 90%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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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부터의 에너지 자원 수입까지 어려워져 에너지 부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레바논 정부는 디젤 연료 수입과 보조금을 지급할 여유를 잃어 경제 파탄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레바논 전력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렸으며 2021년 10월에는 디젤 연료의 완전한 고갈로 전국적인 정전이 발생했다. 이후 전력 공급을 하루에 2시간으로 제한했다.

레바논에서는 '발전기 마피아'로 불리는 공무원이나 연료 수입업자와 연결된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고가의 발전기를 많은 국민이 사용하고 있다. 먼로 교수가 머문 아파트의 전력은 레바논 전력이 공급하는 최소한의 전력과 아파트 주민이 구입한 발전기 전력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국민 스스로가 전력 조달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레바논에서는 태양광 발전 활성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극심한 계급 격차가 존재하지만 태양광 패널은 특권 계급만의 것이 아니다. 하층 계급의 주택에도 농촌 지역에도 보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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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 교수의 레바논 현지 친구인 유니스씨는 실직으로 고가의 발전기를 하루 종일 가동시킬 수 없게 됐다. 레바논에서는 물을 퍼올릴 때도 전력이 필요해 유니스씨 가정에서는 물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유니스씨는 민간 태양광 패널 회사에서 직접 3500달러를 융자받아 자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유니스 씨는 "우리는 대출을 받은 상황이지만, 태양광 패널 덕분에 가족의 절박한 상황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먼로 교수는 "경제적·정치적 붕괴 해결을 위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면서 많은 레바논 국민은 점점 더 많은 빚을 지게 된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으로 가정의 전력을 조달함으로써 사람들은 평온한 생활과 국가의 붕괴로 잃어버린 존엄성을 어느정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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