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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는 상부 지각이나 맨틀 아래 직경 약 7000km의 핵을 가지고 있으며 액체 외핵이 지하 2900km~5100km, 고체 내핵이 지하 5100km~6400km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내핵은 '지구의 다른 부분보다 빠른 속도로 독자적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중국 연구팀이 지난 10년간 내핵의 고속 회전이 멈췄다는 분석을 담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2023)

덴마크의 지진학자인 잉게 레만(Inge Lehmann)은 1936년 지구 내부의 지진파 전파 속도가 5100km 부근에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지구의 핵이 외핵과 내핵의 두 층으로 나뉘어 있음을 밝혀냈다. 지구 가장 중심에 있는 내핵은 달만큼 크기가 크며, 96%가 고체 상태의 철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표면 온도는 6000도 이상으로 태양의 표면 온도와 맞먹는다. 

1996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 샤오동 송(Xiaodong Song) 박사와 컬럼비아 대학 폴리처즈(Paul Richards) 박사는 지구 내핵은 맨틀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연구 결과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수천 km 떨어진 관측지점에 도달하는 시간의 변화에 대해 1960년대 이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내핵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지진파의 이동 속도는 변하지 않았겠지만 연구팀은 1960년대~1990년대에 걸쳐 지진파의 이동 시간이 변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에서는 내핵이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보다 연간 10분의 1도 정도 빠르게 회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연구자가 '내핵은 맨틀보다 빠르게 회전한다'는 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내핵의 회전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논문과 '내핵의 고속 회전은 존재하지 않으며 지진파의 변화는 내핵 표면의 물리적 변화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는 논문도 발표됐다.

또 2022년 발표된 논문(아래)에서는 1969~1971년 미국 핵실험에서 생성된 지진파 데이터를 통해 지구 내 핵은 이 시기에 '역회전'했거나 맨틀보다 천천히 회전한 것으로 보고됐다. 해당 논문에서는 1971년 이후에야 내핵의 회전 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2022)

그리고 새롭게 베이징대 지구물리학 교수가 된 샤오동 송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1995년~2021년에 걸쳐 관측된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9년경부터 지진파 이동 시간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내핵이 고속으로 회전하지 않고 맨틀과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유사한 결과가 지구상 여러 지점에서 관측되고 있어, 내핵 표면의 국소적 변화가 아닌 지구 전체의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번 데이터는 내핵의 회전 속도가 느려졌을 뿐만 아니라 역회전하는 과정에 있을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송 교수는 "내핵의 자전은 최근 10년간 거의 멈췄고, 1970년대 초부터 전기를 맞이해 수십 년 주기의 변화를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1970년대 초 내핵의 회전이 정지된 이후 내핵은 점차 동쪽으로 빠르게 회전해 맨틀 회전 속도를 추월했다. 2009~2011년을 기점으로 이번엔 점차 서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해, 가속과 감속 과정을 거쳐 2040년이면 회전이 또 다시 멈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연구팀은 내핵 회전이 약 70년의 주기성을 보인다고 해도 지구 지각과 같은 표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며, 지구 자기장과 하루의 길이(6년마다 약 1밀리초 증가)에 극히 미묘한 변화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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