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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한중일은 지리적 여건상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공통점이 많지만, 속 내를 들여다보면 문화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한 해를 시작하며 농사 풍년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설 명절을 보면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느낄 수 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첫날을 맞는 설을 한중일 모두 중요하게 여기지만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듯 다른 세 나라 설 명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과 중국은 음력설을, 일본은 양력 설을 지낸다는 것이다. 중국 한나라 시대부터 시작된 설 문화는 국내에는 삼국시대 초기에 전파되어 이후로 음력설을 지내고 있다. 그러나 메이지유신 때 양력을 받아들인 일본은 중국·한국과 다르게 양력으로 설을 지낸다. 

설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는 설빔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일본은 설을 오쇼가츠(お正月)라고 부르며 차례 대신 가까운 신사나 절을 찾아 새해 소원을 빌거나,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장식품인 '가도마츠'를 집 앞에 세워둔다. 중국은 춘제(春節)라고 하며,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를 담아 폭죽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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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나라 모두 설에 덕담과 함께 돈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뱃돈을 건내는 것처럼 중국에선 '홍바오'(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주고, 일본은 세배를 하지는 않지만 매화나 연이 그려진 봉투에 아이들에게 용돈을 넣어 주는 풍습이 있다.

다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세뱃돈 문화도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위챗'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해 '사이버 홍바오'를 보내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설 음식 문화도 다르다. 한국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떡국'을 주로 먹는다. 중국은 설 전날 온 가족이 모여 교자(만두)를 빚고 설에 먹는다. 일본의 설 음식은 '오세치'다. 오세치 요리는 일반 식사가 아닌 신에게 공양하던 음식이다. 건강·번영·행복에 대한 마음을 담은 요리를 3~5단의 찬합에 담아내 새해를 축하하는 동시에 가족과 친구들과 공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벌이는 귀성 전쟁은 세 나라가 유사하다. 특히 일반적으로 일주일 이상 쉬는 중국은 수억명의 인구가 이동하기 때문에 긴 귀성행렬이 매년 반복된다. 일본 역시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한 귀성객들로 교통이 혼잡해진다. 다만 세 나라 모두 최근에는 설에 귀성 대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명절을 보내는 남성과 여성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 역시 매년 명절마다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시부모와 며느리들이 각각 지켜야 할 매너를 소개하거나 명절이 되면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한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남녀평등 의식이 강한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선 명절에 여성이 가사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온 가족이 함께 만두를 빚고 남성도 가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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