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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친환경 발전방식으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유력한 선택사항이다.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발전방식이자 신뢰할 수 있는 전기 공급원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에 건설됐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하는 등 원전의 치명적 위험이 주목받게 된다. 그 결과, 세계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의 비율은 1996년에는 17.5%였지만, 2020년에는 10.1%로 급감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급속히 악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화석연료 가격상승 및 천연가스 공급 불안정 등으로 원자력 발전으로의 전환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소형 모듈식 원자로'란?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s)'다.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1960년대부터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경제·기술적인 문제로 아직 상업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소형'이라는 이름처럼 기존 원자로보다 소형인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지에서 조립되는 기존 원자로와 달리 공장에서 조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 인력을 하나의 공장에서 여러 원자로 건설에 투입할 수 있는 데다가, 통상적인 원자로 건설에서 흔히 발생하는 날씨의 영향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제조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미국 민간 원자력 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가 개발하는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패시브 냉각 시스템을 통해 펌프나 가동 부품 없이 연료봉을 냉각할 수 있다. 게다가 소형이기 때문에 비교적 소량의 물이면 충분해, 냉각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저수조의 물로 충분히 냉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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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엑스-에너지(X-energy)나 유-배터리(U-Battery) 등의 기업이 개발하는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냉각에 헬륨 등의 기체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원자로 냉각 후 헬륨은 약 750도의 고온 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배출되는 열을 재이용할 수 있다. 

◆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최초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 설계 승인

이런 가운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2023년 1월 19일(현지시간) 오리건에 본사를 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 설계를 인증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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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정은 2023년 2월 21일 발효되며 이후에는 뉴스케일파워 소형 모듈식 원자로 건설과 운영을 신청할 때 설계에 대해 허가 과정에서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이로써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미국에서 사용이 허가된 7번째 원자로 설계이자 최초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가 됐다. 앞선 6번 모두 대형 경수로용 설계였다.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감속재에 일반 물을 사용하는 경수로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5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성한다. 회사의 원자력 발전 플랜트 VOYGR의 크기는 대형 원자로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최대 12개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를 수용할 수 있다. 또 각 모듈은 대류나 중력과 같은 자연적인 프로세스를 활용해 추가적인 물·전력·오퍼레이터 조작 없이 수동적으로 원자로를 냉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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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인증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을 희망하는 업체는 뉴스케일파워의 50㎿ 첨단 경수 소형 모듈식 원자로 설계를 선택한 이후 NRC에 라이센스를 신청하면 된다.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CEO는 "소형 모듈식 원자로 설계에 대해 NRC로부터 역사적인 규정 제정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 또 이 프로세스를 통해 지원해 준 에너지부(DOE)에 감사드린다. 에너지부는 '혁신적이고 신뢰성 높은 탄소중립 에너지원의 미국 내 확립'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진 귀중한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캐슬린 허프 미국 에너지부 원자력에너지국 차관보는 "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뉴스케일파워·대학 관계자·국립 연구소, 그리고 NRC의 노력으로 현실화되어 배치 준비를 마쳤다. 이는 미국에서 이제 막 시작된 최고의 기술혁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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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는 2014년 이후 뉴스케일파워 및 기타 소형 모듈식 원자로 컨셉 설계와 라이센스 공여 등을 지원하기 위해 6억 달러 이상을 제공해 왔다. 앞으로 유타주 공영공동전력사업체(UAMPS)와 협력해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부지에 소형 모듈식 원자로 6기를 포함한 VOYGR 플랜트를 배치할 계획이다. 

2029년 첫 번째 모듈의 가동이 시작되고 2030년 플랜트 풀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내 안전성 입증이 소형 모듈식 원자로 플랜트 수출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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