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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울증은 그동안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결핍'이 원인으로 여겨졌지만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반론이 제기됐다. 

최근 임상연구 결과, 우울증 발병 원인은 세로토닌 활동 저하 같은 세로토닌 불균형이 아닌, 더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정신의학 전문의 조애나 몬크리프 (Joanna Moncref) 교수 연구팀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발표된 361개 기존 논문을 조사한 결과 세로토닌 결핍이 우울증을 일으키거나 우울증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수천 명의 우울증 환자와 일반인의 세로토닌 분비량을 비교해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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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원인으로 세로토닌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1950년대 결핵 치료제로 개발된 이프로니아짓(iproniazid)이 일부 우울증 환자에서 기분항진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다.

이후 조사를 통해 이프로니아짓의 '세로토닌을 포함한 화합물의 재흡수 저해 작용'이 발견됐고, 이 결과 우울증 원인은 세로토닌 결핍이라는 가설로 이어졌다. 이는 의약품 개발과 신경과학적 연구에 응용돼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 개발이 이루어졌다. 

SSRI의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우울증 원인이 세로토닌 불균형이라는 통설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부 전문가는 아직도 우울증의 원인이 세로토닌이라고 믿고 항우울제로 SSRI를 처방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85~90%도 세로토닌 결핍으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SSRI 임상시험에서 얻은 우울증 개선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립토판(tryptophan)이 우울증 개선과 관련되어 있다는 논문과 글루탐산(glutamic acid)이나 감마아미노낙산(Gamma Aminobutyric Acid·GABA)과 같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도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또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찰즈 네메로프(Charles Nemeroff) 박사 연구팀은 류마티스 관절염 등 만성 염증 환자는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욱이 C형간염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인터페론α의 부작용인 식욕부진이나 권태감 등은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킨다. 

만성 염증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우울증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 역시 개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우울증에는 화학물질 균형·유전적 요인·뇌 구조·만성 염증 등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으며, 그 원인에 따른 대처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향후에는 우울증 치료법이 하나로 국한되지 않고 ▲인지행동 요법 ▲라이프 스타일 변화 ▲신경조절 ▲유전적 요인의 회피 ▲약물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조합해 각각의 우울증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한 우울증 치료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울증 환자에게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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