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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약물과 알코올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반주가 습관인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알코올과 약을 함께 먹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 약학 전문가들이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에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 대학 닐 휘트(Nial Wheate) 박사와 제시카 페이스(Jessica Pace) 박사에 따르면 약을 먹으면 위에서 간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대사되거나 분해된 뒤 혈류로 운반된다. 이에 약은 기본적으로 간에서의 대사를 전제로 용량이 처방된다.

그런데 알코올 역시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약의 복용과 동시에 알코올을 섭취하면 약의 대사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령 일부 약은 대사량이 늘어나 충분한 양의 성분이 혈류에 도달하지 못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반대로 약의 대사가 저하되면 예상보다 많은 성분이 혈액으로 흘러 과다 섭취가 될 수도 있다.

약과 알코올을 동시에 섭취했을 때 일어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약 + 알코올 = 졸음·혼수상태·사망

마시는 양에 따라 다르지만, 알코올은 중추 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각성이나 흥분을 억제하는 약을 알코올과 함께 먹으면 상가효과(additive effect), 즉 두 물질의 작용이 합쳐진 효과가 나타나 불필요하게 졸리거나 호흡 및 심박이 둔해지고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우울증·불안신경증·조현병·통증·불면증·알레르기·감기나 독감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이러한 약과 알코올을 중복해 복용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휘트 박사는 조언했다. 

◆ 약 + 알코올 = 보다 강력한 작용

약 중에는 알코올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높아지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약성 수면제인 졸피뎀으로 알코올과 함께 섭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졸피뎀은 매우 드물게 수면 중 기묘한 행동, 예를 들어 몽유병이라고 불리는 수면보행증, 수면 중에 일어나 음식을 먹는 수면 관련 섭식 장애, 잠이 든 상태에서 운전하는 수면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알코올과 함께 마시면 이 부작용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 약 + 수제 맥주 = 고혈압

약 중에는 특정 종류의 알코올음료와만 상호 작용을 하는 것도 있다. 해당 알코올은 벨기에 맥주·각지의 토종 맥주·수제 맥주 등 이른바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와 일부 와인 등이다.

이러한 알코올음료에는 고혈압 발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인 '티라민(Tyramine)'이 포함되어 있는데 티라민은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물질로 보통 체내에서 분해되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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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노아민산화효소 저해제(MAOI) 종류의 약은 체내에서 티라민이 분해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티라민 농도가 상승해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질 위험성이 있다.

모노아민산화효소 저해제 계열로는 ▲페넬진·트라닐시프로민·모클로베미드 등의 우울증 약물 ▲항생제 리네졸리드 ▲파킨슨병 약물 셀레질린 ▲항암제 프로카바진 등이 있다.

◆ 동시에 먹지 않더라도 악영향 가능성 

알코올과 약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주요 증상은 메스꺼움·구토·얼굴의 홍조나 목의 붉은기·호흡곤란·현기증·두근거림·혈압 저하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약 복용 후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알코올을 섭취해도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세균이나 원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항원충제 '메트로니다졸'을 복용하고 있다면 복용 시뿐만 아니라 복용을 중단한 뒤에도 최소 24시간 동안 알코올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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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 체내에서 약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경우로는 건선과 같은 피부 질환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아시트레틴을 들 수 있다. 아시트레틴을 복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에 에트레티에이트(Etretinate)라는 또 다른 성분으로 변하는데 알코올을 섭취하면 체내 에트레티에이트 양이 증가한다. 에트레티에이트는 출생 이상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특히 임신을 생각하고 있는 여성은 약 복용을 중단한 후 2개월간은 알코올을 피해야 한다.

◆ 피임약과 항생제는 괜찮을까? 

이처럼 알코올과의 동시 섭취로 인해 중대한 위험이 생기는 약이 있는가 하면, '술과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과 달리 함께 섭취해도 큰 문제가 없는 약도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피임약 효과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약과 알코올은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다. 다만 이성을 잃을 정도로 음주를 하게 되면 알약의 정기적 복용을 잊을 우려가 있고, 과음해 토하게 되면 임신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피임약에 포함된 호르몬은 알코올 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빨리 취기가 돌고 더 오래 취하는 효과도 있다.  

항생제도 알코올과 함께 마시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메트로니다졸과 리네졸리드로 한정된다. 그 외에는 항생제와 알코올을 동시에 섭취해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항생제나 알코올 모두 위나 몸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본인의 몸이 항생제가 필요한 상태라면 음주를 삼가는 것이 좋다고 휘트 박사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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