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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구조 당국과 민간 구호단체 등은 악천후 속에서도 모든 인력을 총 동원해 필사적으로 생존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피해에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피해가 큰 10개 주(州)를 대상으로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속절없이 흐르는 골든타임...사망자 8천 명 넘어

지난 6일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오후 1시24분(현지시간)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km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뒤이어 발생하며 피해는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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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을 강타한 강진과 4백 차례가 넘는 여진 속에 한국시간 8일 오전 4시 기준 8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시리아 보건부가 발표한 정부 통제지역 집계치와 구호단체 '화이트 헬멧'이 집계하는 반군 점령 지역 집계치를 합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만 5천900여 명이 숨지고 3만 4천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인접국 시리아에서는 최소 2천270명이 숨졌으며, 건물은 5천700여 채가 붕괴됐다. 시리아 당국은 진앙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지점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현재 집계치는 구조와 시신 수습 작업 중에 확인된 사망자만 포함시킨 것이어서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수색 및 구조 인력 1만2000명 이상과 병력 약 9000명을 파견했다.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8천여 명을 구조했으며, 정부가 제공한 임시숙소 등에 38만 명이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 민관 합동 재난관리기구인 '태평양재난센터' 보고를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2천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앞으로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 지질조사국도 1만 명 이상이 숨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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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인력과 물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지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지진 피해로 육로를 통한 피해지역 접근이 제한되고 있으며, 구조대 이동 차량도 부족해 구조 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시간 9일 오전이면 생존율이 급격히 내려가는. '지진 발생 후 72시간'을 맞이한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 후 72시간까지를 '골든타임'으로 여기지만, 영하로 떨어진 날씨도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겨울 한파 속에 저체온증으로 구조 시 생존 가능한 골든타임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  '튀르키예 삼킨 재앙 지진'...그 원인은?  

역사적으로 튀르키예에서 지진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튀르키예는 아나톨리아 대륙판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은 유라시아 대륙판(북쪽)과 아라비아·아프리카 대륙판(남쪽) 경계 지점으로 양쪽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견뎌야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해 아나톨리아 판과 충돌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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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지역은 대표적 주향이동단층(스트라이크-슬립 단층)인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다. 주향이동단층은 수직 이동하는 단층과 달리 수평 이동하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진원지가 비교적 얕은 경우가 많다. 터키-시리아 지진의 초기 파열 역시 상대적으로 얕은 깊이에서 시작했다. 

데이비드 로터리 영국 오픈 대학 행성 지구과학 교수는 "지면 흔들림은 같은 규모의 더 깊은 지진보다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동아나톨리아 단층이 최근 큰 지진 활동이 없어 그만큼 많은 응력과 에너지가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안나 포어 워커 영국 런던대(UCL) 런던 위험 및 재해 감소 연구소 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이탈리아 중부를 강타해 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6.2의 지진과 비교해 이번 지진은 250배나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밝혔다. 

튀르기예는 앞서 1999년 8월 북서부 도시 이즈미트에서 발생한 2번의 지진으로 무려 1만 8000명이 사망했으며, 2011년 동남부 지역 지진으로 600명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빈번한 지진 발생에도 내전과 민족 분쟁 속에 내진설계가 거의 전무했다는 점도 인명 피해 규모를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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