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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초가공식품'이란 염분·당분·지방·첨가물 등이 많이 함유된 공업적으로 생산된 식품으로, 청량음료·스낵류·정크푸드·인스턴트 식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의 섭취와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성에 대해 미국 플로리다대 사라 버크 교수가 최근 논문들을 바탕으로 온라인 학술저널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해설했다. 

버크 교수는 초가공식품은 미가공 또는 가공이 적은 식품에 비해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적고, 당분·염분·지방 등이 많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초가공식품으로는 시판되고 있는 소다·스낵 과자류·냉동식품·알코올 음료·패스트푸드 등이 있으며, 언뜻 건강에 좋을 것 같은 '통밀빵'도 공장에서 가공·포장된 것은 첨가물이나 방부제가 많이 포함돼 초가공식품으로 간주된다.

특정 식품이 초가공식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면 '원재료명에 기재된 모든 원료가 일반 가정의 주방에서 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고 버크 교수는 말한다. 가령 가정에 존재하지 않는 방부제나 향료, 인공 감미료 등이 포함한 식품은 대부분 초가공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채소 통조림·건조 파스타·냉동 과일 등의 식품은 가공 과정을 거치지만 자연식품이 가진 특징이 더 크다고 보고 초가공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브라질에 거주하는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어떤 식사를 했는가'를 보고받고, 그 후 8년간 인지기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연구 시작 시점에서 더 많은 초가공식품을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초가공식품을 덜 섭취하는 사람들에 비해 인지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차이는 실험군 간의 미미한 수준으로 초가공식품의 대량소비가 개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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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22년 7월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영국에 사는 7만2000명을 대상으로 초가공 식품 섭취와 치매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그룹에서는 10년간의 조사 기간 동안 120명 중 1명꼴로 치매 진단을 받은 반면, 초가공식품을 거의 또는 전혀 먹지 않는 그룹은 170명 중 1명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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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어디까지나 상관관계를 발견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식품 가공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초가공식품 여부를 판정하는 NOVA 분류에 대해서도 일부 영양학자들은 식품 가공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불충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식이섬유나 기타 영양소가 부족하고 당분·염분·지방이 많은 경향이 있어, 잠재적으로 건강에 위험을 미치는 것이 가공 여부가 아닌 영양 성분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개별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려면 동물실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버크 교수는 말했다.

이처럼 초가공식품과 인지기능의 관계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존재한다. 다만 지중해식 다이어트나 키토제닉 다이어트 등 더 건강한 식사로 전환함으로써 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지중해식 다이어트는 과일·채소·콩 등의 고섬유질 식품이나 올리브유처럼 건강한 지방 등으로 이루어진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고,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섭취를 자제하고 채소 중심으로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모두 설탕 섭취량이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버크 교수는 이러한 식생활을 통해 유해한 염증을 줄임으로써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염증은 부상이나 병원균 감염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만성 염증은 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과도한 설탕 및 지방은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지중해식 다이어트나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인간의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켜 장과 뇌의 양방향적 관계(뇌장상관·腦腸相關)에 영향을 미쳐 인지기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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