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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여성을 위한 일시적 피임법은 경구피임약(필)·자궁내삽입피임기구(IUD)·응급피임약(애프터필) 등 다양한 반면, 남성을 위한 피임은 실질적으로 콘돔밖에 선택지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남성용 피임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먹으면 일시적으로 정자가 움직임을 멈춰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남성용 피임약'의 효과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남성용 피임법으로는 콘돔 이외에도 정관을 절제하는 '파이프컷'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파이프컷은 수술이 필요하고 일정 기간 후 다시 생식 능력을 회복시키기 어렵다. 또 일시적 피임법에 따른 부담을 여성 측이 과도하게 지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어 왔다. 

이에 미국 요헨 벅 미국 웨일코넬의과대 약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남성용 피임약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남성용 피임약은 포유류 정자의 운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Solubleadenyl cyclase,sAC)'라는 효소를 표적으로 억제 및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는 정자 운동을 활성화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세포 신호 전달 단백질이기 때문에, 저해되면 정자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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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발 중인 남성용 피임약 대부분은 호르몬을 표적으로 한 것으로 정자 생산을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복용을 중단해도 당분간 생식 능력이 돌아오지 않는다. 반면 정자의 운동성을 표적으로 하는 이번 접근법은 복용 후 30분~1시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는 급성 작용형으로 하루 뒤에는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가 만성적으로 저해되고 있는 난임 남성의 경우 신장 결석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급성 작용형은 이러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연구팀은 트리 인스티투션얼 테라퓨틱스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TDI)라는 약물 후보물질 발굴 기업과 손잡고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를 억제할 수 있는 'TDI-11861'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TDI-11861을 쥐에게 1회 투여한 결과, 정자는 최대 2시간 반 정도 운동성을 잃었으며, 암컷 쥐의 생식 기관에서도 효과가 이어졌다. 투여 약 3시간 후 정자는 운동성을 되찾기 시작했고, 투여 24시간이 지난 후 대부분의 정자가 정상 움직임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다른 해부학적 특징을 가진 사람에게선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3년 이내에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시작해, 피임약 제품화까지는 최장 8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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