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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촌 최강 생명체로 불리는 곰벌레'(물곰·Tardigrade)는 몸길이 50㎛(마이크로미터)~1.7mm(밀리미터) 정도의 매우 작은 동물로, 축축한 지면·수중 심해·고산에 이르는 다양한 환경에 서식하고 있다. 

영하 270도의 초저온과 150도의 고온을 견뎌내고 몸의 수분이 3%가 되어도 죽지 않으며, 인간이라면 사망할 수준의 방사선과 진공 상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경이로운 생명력을 가진 곰벌레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단백질을 이용함으로써 냉장 보관이 필요한 많은 의약품을 냉각시키지 않고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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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부스비(Thomas Boothby) 미국 와이오밍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극한 환경에서 곰벌레의 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트레할로스'라는 당과 열 가용성 단백질(CAHS D)을 추출했다.

연구팀은 '혈우병 A'로 불리는 유전성 출혈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혈액응고 제VIII인자'라는 단백질에 대해, 생물물리학적 특성을 미세조정한 곰벌레의 트레할로스와 단백질을 이용해 안정화 능력을 높이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혈액응고 제VIII 인자는 일정 범위 내 온도에서 냉장 보관하지 않으면 분해돼 즉시 효과가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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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비 교수는 "전세계 오지와 개발도상국 등에서 냉장 보관에 필요한 냉장고·전기시스템·백업에 필요한 발전기 등을 구입해 혈액응고 제VIII 인자를 유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곰벌레의 트레할로스와 단백질 등을 테스트해 의약품 장기 보존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인 고온과 습도 변화에 따른 기능 저하를 억제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곰벌레 단백질 첨가를 통해 매우 안정적으로 혈액응고 제VIII 인자를 보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적인 탈수·재수화, 초고온, 극심한 건조 상태 등 혹독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보존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곰벌레 유래 단백질을 사용하면 혈액응고 제VIII인자, 나아가 기타 많은 의약품을 냉장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백신·항체·줄기세포·혈액 및 혈액 제제 등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스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오지와 개발도상국 치료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식품·기타 생체분자 등 저온 보존에 필요한 냉장이 불필요해지는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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