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자학 회장 장남·장녀, 거액의 배당금 요구 '남매갈등' 재점화
지분 전량 매각 행보 이은 7년 넘게 이어지는 '구지은 체제'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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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워홈)
(사진=아워홈)

|데일리포스트=김명신 기자| 범 LG가(家)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남매의 난’이 지난해 구지은 현 부회장의 승리로 7년 악연이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가 거액의 배당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또 다른 내홍이 예상되고 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2966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구미현 씨가 456억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른바 ‘아워홈 남매의 난’이 재점화 되고 있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의 배당 요구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한 상태다. 아워홈 같은 비상장회사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제안을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 아워홈은 오너 일가들이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주주총회는 내달 4일 예정돼 있다. 

이들의 배당금 지급 요구와 관련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일가가 보유한 지분 때문이다. 아워홈은 현재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차녀 구명진 씨가 19.6%, 장녀 구미현 씨가 19.28%를 보유하고 있다. 즉, 구 전 부회장의 배당금 안건 통과 여부는 구미현 씨의 결정에 따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아워홈 남매갈등 ‘캐스팅보트’ 장녀 구미현에 집중되는 이유 

지난해까지 7년 간 이어진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의 남매갈등에서 주요 인물로 집중됐던 주인공은 바로 장녀 구미현 씨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인 이른바 ‘남매의 난’은 2016년부터 이어진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 초대 회장의 셋째 아들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 설립한 회사다. 당시 구자학 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다 2016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구미현 씨는 경영권 첫 분쟁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섰다가 구 전 부회장이 2020년 보복운전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자 2021년 구지은 부회장 편으로 돌아서면서 구 전 부회장은 세 자매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구 전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지분 전량 매각을 공식화하고 나섰고 구미현 씨 역시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총 58.62%의 지분을 동반 매각키로 해 아워홈 오너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 전량 매각을 위해 임시주총을 요구했지만 아워홈이 받아들이지 않자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를 함께 제출했고 구지은 부회장은 구미현 씨가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구 씨의 의결권 행사 금지 처분을 내렸다.

아워홈 지분의 50% 이상이 매각될 경우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 유지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구 부회장은 막내 구명진 씨와 함께 해당 안건들을 모두 부결시켰다. 구미현 씨의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포기가 주효했던 셈이다. 

(사진=아워홈 CI)
(사진=아워홈 CI)

◆ 구지은 체제 속 실적 개선 사활…노조, 거액 배당금 맹비판  

임시주총 참패와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사실상 경영권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또 다시 ‘배당금’ 카드로 등장한 구 전 부회장을 행보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너 일가가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불안한 지배구조 속 또다시 남매갈등이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요구는 경영권 복귀가 아닌 거액의 배당금을 겨냥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잇단 오너리스크 내홍 속 구지은 부회장 체제로 안정화 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오너가 장남과 장녀가 거액의 배당금 요구를 하고 나선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워홈의 지난해 순이익은 255억원 수준이다. 특히 적자를 이어오다 2021년 매출 1조77408억원, 영업이익 257억원, 당기순이익 49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56.7%에 이른다. 

아워홈은 흑자 전환을 발판으로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 프로세스 혁신, 푸드테크 도입,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재무구조 관리와 재무건전화 작업을 위해 최근 ‘자금전문가’ 허승재 본부장도 영입했다. 

그러나 또다시 불 지핀 오너들의 갈등에 아워홈 반등세가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한국노총 전국 식품산업연맹노동조합 소속 아워홈 노조는 27일 성명을 내고 오너 일가를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배당요구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회사를 망하게 하는 행위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모든 직원이 성과급조차 받지 못하고 아워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회사를 오직 돈으로만 보는 오너 일가의 행위는 비상식적이고 파렴치하다. 구본성·구미현 오너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비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상식을 벗어난 규모의 배당금 요구는 재고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동안 외식업계가 모두 힘든 상황이었고 지난해 무배당이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올해 30억원으로 배당금을 책정했는데 회사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배당금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회사는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이런 갈등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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