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투자자 보호 자율규제 이행 강화
페이코인 등 상장폐지 둘러싼 가이드라인 부재 지적 논란도
닥사 측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개 여부 신중하게 검토 예정"

정부의 이른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 판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가상자산 법안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 이용자 보호 관련 법률부터 우선적으로 제정하는 등 단계적 입법에 합의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에 가상자산업계를 둘러싼 이슈도 주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사진=각 사 CI)
(사진=각 사 CI)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싸고 법률 제정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업계의 행보 역시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DAXA)는 그간 마련해둔 자율규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그 일환으로 자금세탁방지 분과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 닥사 “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투자자 보호 등 강화” 

닥사(DAXA)는 지난해 5월 ‘루나-테라’ 사태로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자 거래소 간의 공동 대응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탄생하게 된 협의체다. 투자자 보호책 마련을 위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가 참여한 자율규제기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닥사는 올해 자율규제 이행 현황과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자금세탁방지 분과를 새롭게 설치해 가상자산 특성을 반영한 업권 공통 의심거래보고(STR: Suspicious Transaction Report)룰 유형 개발, 가상자산사업자(VASP) 위험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기본법에 자율규제 기구 관련 내용을 포함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일환으로, 올해 자금세탁방지 분과의 간사는 업비트가 맡는다.

무엇보다 닥사는 거래지원 심사(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근 잇단 재상장, 상장 페지 등 논란을 둘러싼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공통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닥사는 지난달 22일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의 주요 항목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가상자산의 거래지원 재개에 대한 기준에서 위기상황에 해당해 공동대응으로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를 했던 경우 종료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났는지와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는지 등을 필수적으로 고려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닥사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 강화가 지난달 닥사 소속 거래소 코인원이 위믹스(WEMIX)를 재상장하는 사례를 둘러싼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닥사는 지난해 말 위믹스를 공동으로 상장 폐지했으나, 코인원은 두 달 만에 단독행동으로 위믹스를 재상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닥사는 거래지원 종료 공통 가이드라인을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닥사 관계자는 “자금세탁 관련 이슈가 꾸준히 불거지고 있고 연초부터 이와 관련해 자율규제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설치하게 된 것이 이번 자금세탁방지 분과”라면서 “실무책임 차원에서 각 분과별 1거래소가 간사로 나서는데 자금세탁방지 분과의 경우 업비트가 간사를 맡게 됐다. 거래지원 분과는 빗썸이, 시장감시 분과는 코빗, 준법감시 분과는 코인원, 교육 분과는 코팍스가 맡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공통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거래지원 심사 가이드라인은 일부 항목을 공개한 바 있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악용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의 요구도 있었고 시장에서 나름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작용했다”면서 “그러나 거래지원 종료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밝힐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닥사 측은 “사실 상장폐지와 관련해서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공통 가이드라인에 대해 발표 여부부터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내용 역시 공개할지 안 할지 여부도 추후 검토를 해봐야 할 거 같다. 공개 범위 등도 내부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가이드라인 없는 상장폐지 논란…투자자 혼란 가중 지적

가상자산 상장폐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위믹스에 이어 페이코인 상장폐지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장폐지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의사결정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업계에서는 닥사의 이 같은 행보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닥사가 지난달 공개한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의 주요 항목 중 거래지원 종료 공통 기준에는 발행 주체가 국내 금융시장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명백한 허위사실을 의도적·반복적으로 유포하는 경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닥사가 가상자산 위믹스를 상장폐지 한 것을 염두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닥사는 위메이드 발행 가상자산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이 결정적 역할을 했고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위믹스 퇴출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유통량 불일치’로,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 대다수가 유통량 계획조차 제공하고 있지 않아 상장폐지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다날핀테크의 프로젝트 페이코인(PCI) 상장폐지 역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달 31일 닥사는 페이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지 못하고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를 완료하지 못하는 등 유의 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페이코인 측은 “닥사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은 백서대로 사업 진행을 하지 못하는 많은 거래지원 프로젝트과 비교해도 심각히 형평성을 잃은 조치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페이코인은 국내 결제 전문업체 다날이 2019년 자회사를 통해 출시한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로 이용자가 PCI로 지불하면, 이를 원화로 바꿔 가맹점에 정산하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해 10월 페이코인의 이러한 행위를 지적하며 자금세탁방지 우려 등을 위해 결제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라고 지시하면서 지난 2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사진=닥사)
(사진=닥사)

일각의 지적에 닥사 측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디지털자산 분야 자율규제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겸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의장은 지난 1월 ‘디지털자산 자율규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신뢰도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 위촉, 거래 지원(상장)과 관련한 5개사의 공동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언급했다. 또한 불건전 자산이 유통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공통 기준도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협의체라는 점에서 상장폐지의 형평성과 투명성, 전문성, 강제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가상자산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사업자로 구성된 단체를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권익증진과 가상자산시장의 발전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며 신규상장 및 폐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닥사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주장하는 ‘자율규제론’을 둘러싸고 최근 진행된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입법 노력이나 가이드라인 마련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올해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 관리 및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회계 유관기관과 함께 가상자산 발행과 보유와 관련한 주석공시 의무를 신설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충실한 회계정보 공시 유도를 통해 회계기준을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 관련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상자산 시장 모니터링 툴을 개발해 잠재리스크 측정 및 평가역량을 제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닥사 관계자는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공통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5개 거래소는 각 사 마다 상장폐지 기준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의와 절차 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 사례나 이슈 적용 등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최대한 제도가 연착륙이 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마련돼야 하다 보니 시일이 걸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담합이나 형평성, 전문성 우려에 대해서는 “올초 이석우 의장이 언급한대로 전문 자문위원을 통한 학계, 법조계, 연구계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반영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분과 신설 역시 투명성 등을 강조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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