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tific Reports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고대 이집트 제15왕조(기원전 1640~1530년)를 세운 힉소스(Υκσως)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이집트 문명을 지배한 외부 정복자 세력이다. 힉소스 왕조는 100년 이상 이집트를 지배했으며, 철제 무기와 야금술 등의 도입을 통해 군사적·경제적 발전을 이루었다. 

제15왕조 궁궐 유적에서 발견된 대량의 '잘린 손'에 대한 연구결과를 정리한 논문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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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진 힉소스는 오랫동안 '이집트를 침략한 이민족 집단'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를 침략한 외부세력이 아닌, 여러 세대에 걸쳐 고대 이집트 내부에 정착했던 이민자 집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 북동부 텔 엘 다바(Tell el-Dab'a)에 위치한 제15왕조 힉소스 궁전 알현실(왕좌와 마주한 자리) 안뜰에서 10개 이상의 '절단된 오른손'이 발견됐다. 이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공동연구팀은 이 절단된 손에 대한 골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아래 이미지에 찍힌 것이 유적에서 발견된 실제 손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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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정교하게 잘린 완전한 형태의 손은 12개로, 11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의 것이다"라며 "이 밖에 불완전한 손과 손가락도 다수 발견돼 최대 18명의 손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을 이끈 독일 고고학 연구소 고병리학자인 줄리아 그레스키(Julia Gresky)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손과 팔뚝을 연결하는 손목뼈(Carpal bone)는 검사한 12개 가운데 6개가 온전했으며 전완부(팔뚝) 뼈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손이 관절을 덮고 있는 관절포 부분에서 절단된 후 의도적으로 손목으로 이어지는 힘줄이 제거되었음을 시사한다. 

또 손가락이 펼쳐져 있었다는 점에서 절단 당시에는 손이 부드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의 사후 경직은 일반적으로 사후 68시간에 시작된다. 따라서 연구팀은 손의 주인이 죽은 직후 혹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을 절단하고 전완부를 제거한 뒤, 손가락을 크게 벌려 손바닥 쪽을 아래로 향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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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에서 오른손을 절단하는 관행은 제15왕조 이전 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지만 제18왕조(기원전 1570년경~1293년) 아흐모세 1세(AhmoseⅠ) 당시 적의 오른손을 절단하는 관행이 있었음을 비문과 그림 등의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러한 관행이 힉소스에 의해 고대 이집트에 처음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초점이 된 것은 오른손 절단이 일종의 형벌이었는지, 아니면 군사적 승리 등을 축하하는 의식이었는지 여부다. 연구팀은 절단 부위나 취급 방법, 그리고 손이 놓인 장소(알현실) 등을 증거를 토대로 손을 절단한 동기가 형벌 집행이 아닌, 궁궐에서 거행된 의식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스키 박사는 "적군의 손을 자르는 것은 일종의 '트로피 수여식'으로 볼 수 있다"면서 "무덤과 비문 등에 새겨진 이러한 고대 이집트 관행의 물리적 증거가 직접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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