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메타·로똔다 통한 신사업 확대로 가상자산에 주력
복잡한 지배구조 속 최대주주 등 관계사 이슈 논란 발목

정부의 이른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 판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가상자산 법안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 이용자 보호 관련 법률부터 우선적으로 제정하는 등 단계적 입법에 합의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에 가상자산업계를 둘러싼 이슈도 주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빗썸은 지난해 5월 이재원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사진=빗썸)
빗썸 이재원 대표이사. (사진=빗썸)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의 악재들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도 악화된 가운데 거래소들마다 자구책을 내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빗썸 역시 자회사를 통한 신사업 확대와 거래소 사업 정비 등 가상자산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소유주 의혹’ 논란과 사내이사 선임을 둘러싼 잡음, 이어지는 매각설, 억대 연봉 구설수 등 다수의 이슈들이 빗썸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 매출 68% 급감…신사업 강화 통해 활로 모색

가상자산 시장의 악재로 인한 직격탄은 빗썸도 빗겨나가지 못했다. 빗썸의 2022년 영업수익(매출)은 3201억원으로 전년(1조992억원)과 비교해 68%나 감소했다. 가상자산 거래량 감소로 지난해 말 빗썸 전체 자산은 1조 8144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조383억원이나 감소한 수치로 거래량 감소에 따른 거래 수수료 수입 하락이 주 원인으로 해석된다. 

빗썸의 실적 타격은 관계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코리아의 최대 주주는 지분 73.56%를 보유한 지주사 빗썸홀딩스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분 10.22%와 빗썸홀딩스 지분 34.22%를 보유하고 있다. 빗썸홀딩스 최대 주주인 비덴트는 지난해 매출액 158억원, 영업이익 -271억원, 당기순손실 1817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 돌파구로 올해 빗썸은 자회사 빗썸메타, 로똔다를 통한 신사업 강화를 통해 활로 모색에 집중할 계획이다. 빗썸메타는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과 서비스 협업 확장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빗썸메타는 지난해 2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과 NFT 마켓플레이스 개발 등을 목적으로 빗썸코리아 출자로 설립됐다. 

빗썸 코인 지갑으로 알려진 ‘빗썸 부리또 월렛’의 확대 역시 주력한다. 지난 2월 정식 출시한 빗썸 부리또 월렛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체인, 클레이튼, 솔라나, 폴리곤, 캐스퍼네트워크 등 총 7개의 메인넷을 지원하는 멀티체인 지갑이다. 빗썸 부리또 월렛 운영사 로똔다에 따르면 지난달 월렛 송금 건수는 전주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와 함께 가상자산 지갑의 활용 범위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빗썸은 또한 보안 강화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 보안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버그바운티(Bug bounty)’ 제도를 지난해 9월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다. 버그바운티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화이트해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빗썸 관계자는 “신사업의 경우 초기 단계이지만 가상자산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특히 가상자산 산업은 충분히 수익성이 날 비즈니스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사업을 확대하고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빗썸은 최근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비스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나 거래지원시스템이라고 해서 상장 지원 사이트를 만들어 창구를 일원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홈페이지도 관리하는 등 빗썸만의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비덴트)
(사진=비덴트)

◆ 실소유주·최대주주 둘러싼 잡음…사업 확장 ‘발목’  

가상자산 거래소들 가운데 최초 시도하는 신사업들로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빗썸이지만 실소유주와 실소유주 의혹 재판에 최대주주를 둘러싼 잡음까지 겹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내부 문제로 인한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하락이 재도약의 발판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잇단 ‘상장 명목’ 하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투명한’ 거래소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의장은 2018년 10월 BK그룹 회장 김모 씨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면서 ‘빗썸 코인’(BXA)을 발행해 상장하겠다고 속이고 계약금 명목으로 약 11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또한 빗썸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사업가 강종현 씨 역시 빗썸 관계사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 씨는 여동생 강지연 씨와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주가를 조작하고,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전환사채(CB)를 차명으로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강 씨 등은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빗썸 관계사에서 62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강종현 씨를 둘러싸고 프로골퍼인 안성현 씨의 재판 역시 주목되고 있다. 안 씨는 강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빗썸에서 가상화폐를 상장시켜주겠다며 특정 가상화폐 업체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가상화폐가 빗썸에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빗썸이 이러한 재판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 강종현 씨 재판에서 검찰은 ‘지난 2020년 8월 여동생 강지연이 대표인 이니셜을 통해 이니셜1호투자조합의 지분을 매입해 상장사인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비덴트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이 3개사와 관계사의 회장 직함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이 회사를 지배, 운영한 자’로 규정했다. 

비덴트는 빗썸 홀딩스 최대 주주다. 빗썸을 운영하는 회사는 빗썸코리아이며 빗썸코리아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다. 각 사 공시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최대 주주는 지분 73.56%를 보유한 지주사 빗썸홀딩스다.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는 빗썸코리아의 지분 10.22%와 빗썸코리아의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2%를 보유한 사실상 빗썸의 최대주주다. 비덴트의 지분 18.58%를 키오스크 유통업체인 인바이오젠이 가지고 있고, 콘텐츠 유통업체 버킷스튜디오라는 기업이 인바이오젠 지분 45.22%를 보유하고 있다.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17.84%)와 특수관계인이 23.6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액주주다. 

빗썸홀딩스의 사내 이사를 지냈던 강지연 씨는 2020년 230억원으로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코스닥 상장사 3곳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는 모두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빗썸의 관련주들이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비덴트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지난달 31일 감사의견거절을 밝히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봤다. 비덴트를 비롯해 버킷스튜디오와 인바이오젠도 같은 이유로 나란히 매매거래정지 종목에 올랐다. 상장사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당하거나 부적정 판단을 받으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비덴트는 주주총회를 통해 원상영 인바이오젠 전무이사를 비덴트 대표이사로 선임한 점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 대표는 원 대표는 강지연 씨의 남편이자 강종현 씨의 매제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의 상장폐지 위기와 이사 선임 등 관계사 잡음과 관련해 빗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강종현 씨 등 이슈는 비덴트 관련이다. 빗썸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맞지만 비덴트 리스크가 빗썸 영업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빗썸 관계사로 주목을 받으면서 빗썸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안성현 상장 명목 가상화폐 상장 추진’ 논란과 관련해서는 “해당 가상자산에 대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아니다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검찰 수사 중이기도 하고, 계약에 따른 비밀 유지 등 조항이 있어 뚜렷한 팩트 확인을 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빗썸)
(사진=빗썸)

◆ 실적 급감에도 억대 연봉…“인재 확보 위해 불가피”

잇단 악재 속 빗썸의 지난해 실적 역시 크게 하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의 2022년 영업수익(매출)은 3201억원으로 전년(1조992억원)과 비교해 68%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3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1%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953억원으로 85.29%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2억원대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빗썸 직원 평균 연봉은 1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임원들의 보수에서 이재원 대표와 김상흠 이사회 의장, 이정아 부사장 등 등기이사 3명이 지난해 총 9억33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보수는 3억3700만원으로 공시됐다.

빗썸 관계자는 “보고서 데이터는 맞다. 지난해 가상자산업계 불황으로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지만 매출이 감소했다고 연봉을 조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면서 “우수 인재를 유지하고 새롭게 영입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사 이슈는 있지만 빗썸은 가상자산 사업 확장에 더욱 매진할 예정”이라면서 “신사업은 자회사를 통해 확장할 예정이며 내부적으로는 고객의 편의성 강화와 투자자 보호 강화 등 내실을 다지는 것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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