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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최근 해양 생태계의 생물지리적 경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해안에서 서식하는 무척추 생물이 플라스틱 폐기물이 떠도는 바다로 서식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cology and Evolution

바다에 투기된 폐기물은 유기물이면 몇 달, 길어도 몇 년 안에 분해되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반면, 플라스틱 폐기물은 훨씬 오랜 시간 바다에서 부유하기 때문에 해안 종들이 이를 타고 망망대해에서도 살아남아 번식할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SERC) 소속 린지 하람(Linsey E. Haram)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어떤 생물이 부착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8년 11월~2019년 1월 사이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동부 수역에 떠다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GPGP)'에서 수거된 105개의 플라스틱 폐기물 시료를 조사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에는 총 46종(種) 484개 해양 무척추 생물이 확인됐으며, 이 중 80%의 생물이 해안에서 발견되는 서식종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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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생물이 부착된 상태로 표류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확인된 바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쓰나미로 떠내려간 플라스틱에 붙은 생물이 북태평양을 횡단한 바 있으며, 2017년 북미와 하와이에서 채취된 쓰레기에는 6년 동안 수백 종의 무척추 생물이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생물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채취한 플라스틱 폐기물에서는 갑각류·말미잘·이끼벌레류 등이 발견됐다. 또 절지동물·연체동물 등 해안 서식종의 수가 원양(遠洋) 종의 세 배가 넘었다. 

이러한 생물들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번식하며 새로운 군집을 형성했다. 다만 플라스틱이 수거된 지점은 먹이가 극히 적은 변방 해역으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Linsey E. Haram

해류에 의해 쓰레기가 모이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GPGP)에는 현재 약 8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존재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연간 약 4억6천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지만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9% 정도에 불과하며, 22%는 관리 소홀로 쓰레기로 폐기돼 해양으로 흘러든다. 

긴급한 정책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으로 유입되는 비율은 2023년~2040년에 걸쳐 약 2.6배 증가할 전망이다. 

하람 박사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안 생물들이 새로운 서식지로 침입하기 위한 통로가 되고 있다. 해안 무척추 생물이 부유하는 쓰레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해양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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