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100% 자회사로 편입 지배구조 개편 완료
25일 통합 지주사로 신주 상장…조 회장 등 임원 지분율·배당금 이목

기업의 생존이자 성장,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중요한 의제(Agenda)가 되고 있습니다. ESG경영이 기업가치와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들은 묵과할 수 없습니다. 국내외 ESG 평가 기관에서는 매년, 매분기 기업들의 ‘성적표’를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객관적인 지표가 마련된 셈이죠. 경제적 성장 중심에서 가치적 성장 중심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ESG경영은 최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상생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윤리·준법경영을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탄소중립을 필두로 한 친환경 투자 등이 그 일환입니다. <편집자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메리츠금융지주)

 

|데일리포스트=김명신 기자| “2023 회계연도부터 통합될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할 예정입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자회사 편입을 발표하는 IR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하고 새로운 닻을 올렸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각각 2월과 4월 메리츠금융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완료하며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들의 주식은 상장 폐지되고 메리츠금융이 단일 상장사로 남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되면서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25일부터 통합 지주사로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에서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의 60.89%, 메리츠증권의 53.39%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 교환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현재 국내 10대 금융지주 가운데 당기순이익 기준 6위로 올라서게 됐다. 이번 통합으로 시가총액 9조원 규모로 덩치가 커진데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최근 몇 년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자회사 간 시너지효과에 따른 대형 금융사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1조 클럽’ 자회사들 품은 통합지주사 출범

25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화재·증권의 100% 자회사 편입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대장정을 마치고 신주를 상장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21일 포괄적 지분 교환을 통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주식 교환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식을 메리츠금융지주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주를 교환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교환 비율은 메리츠화재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1.2657378주, 메리츠증권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0.1607327주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회계연도부터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을 밝혔다. 순익 50%의 주주 환원은 통합 전 최근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지주27.6%·화재 39.7%·증권 39.3%)을 웃도는 만큼 향후 주가에 대한 이목도 쏠리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이들 간의 시너지 극대화에 따른 기대감도 높다. 증권과 화재는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냈다. 메리츠화재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고, 메리츠증권은 사싱 첫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2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매출액은 57조375억원으로 145.4% 늘었다.

최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0년 성장세 조사결과에서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57조375억9100만원으로 지난 2002년 1496억8500만원 대비 38005.1% 증가했다. 시가총액도 2002년 12월 30일 기준 시총 988억8500만원, 2023년 3월 31일 기준 시총 3조7517억4800만원으로 증가율은 3694.1%에 달한다.

메리츠화재 역시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이 전년 대비 30.9% 증가한 868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7193억원과 1조17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와 29.4%가 늘었다.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사진=메리츠금융지주)

 

◆ 주주 중심주의?…조정호 회장의 지배력 강화·배당금 등 ‘이목’ 

메리츠금융지주 통합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일단 핵심 계열사 물적 분할 등 ‘쪼개기 상장’으로 비난을 받은 타 회사들과는 다른 행보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순이익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다만 조정호 회장이 승계 계획을 공식 부정한 가운데서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지배력 강화와 지분율 상승, 배당금을 둘러싼 이목도 쏠리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대형 금융사로 거듭나게 되면서 조정호 회장의 대주주 지분승계 여부는 또 다른 이슈다. 물론 조 회장은 기업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주식 교환을 한 만큼 사실상 승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조정호 회장의 지주에 대한 지분율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78.9%의 지분율은 47%로 하락했고 세금을 내면 20%도 남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메리츠 측은 자회사 편입이 ‘주주환원을 위한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주주가치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이 최대주주인 만큼 배당금 규모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사례들을 비춰볼 때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조 회장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로 2005년 한진그룹에서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을 계열분리해 지금까지 메리츠를 이끌고 있다. 

2011년 3월 메리츠화재는 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을 설립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단행했고 당시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화재 지분율은 24.6%에 불과했다. 분할 후 조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지주회사 신주와 바꾸면서 메리츠금융 지분율을 75%까지 높였다. 2012년 조 회장은 136억원의 연봉과 배당금을 받으며 고액 논란에 휩싸였고 2013년 회장직에서 잠시 물러났다 9개월 후 회장직에 복귀했다. 

이후 메리츠금융지주는 2021년 5월 배당 성향을 10%로 축소했다. 대신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른 조 회장의 배당금은 줄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조 회장의 지분율 방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수가 줄어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 가치와 지분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부채를 시가로 인식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의 순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순익 증가분을 고려하면 조 회장이 올해 받는 배당금은 9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단일 상장사로 닻을 올렸다. 조 회장의 지분율 변동만 있을 뿐 지주 내 지배구조 변화는 없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으로 국내 10대 금융지주 가운데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기준 6위로 올라서면서 대형 금융사로 몸집을 키운 가운데 완전 자회사로의 통합을 통해 지주사 기업 가치가 재평가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3세 승계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는 1남 2녀다. 부인은 아워홈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 구명진 씨다. 구 씨는 아워홈 지분 19.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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