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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생명유지장치 제거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능정지 직전 뇌의 감마파 활동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견은 심정지에서 회복된 많은 환자가 보고하는 '임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의 증거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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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대학 신경과학자인 지모 보르지긴(Jimo Borjigin) 교수 연구팀은 2014년 이후 혼수상태에 빠져 의학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어 가족이 인공호흡기 제거를 결정한 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지 30초에서 2분 뒤 4명의 환자 중 2명(77세 여성·24세 여성)의 뇌에서 '감마파'로 불리는 특정 뇌파가 급증했다. 이후 환자들은 심정지 또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확인된 감마파는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 나타나는 수치보다 훨씬 높았으며, 최대 300배에 달했다. 

아래가 환자의 뇌 활동을 나타낸 이미지다. 뇌 활동이 노란색·주황색·빨간색으로 나타나며 노란색에서 빨간색에 가까워질수록 뇌 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이 중 S2에서 S11 구간, 특히 S7에서 활발한 뇌 활동인 빨간색 영역이 넓게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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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파가 가장 많이 검출된 곳은 ‘측두엽-두정엽 경계 영역(Temporo-Parietal Junction, 이하 TPJ)'이라고 불리는 뇌 부위다. TPJ는 사람들이 유체이탈 체험이나 꿈을 꾸었을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의 발견은 죽음의 문턱에서 현실과 다른 공간을 경험하는 등의 '임사 체험'이 단순한 환각이 아닌, 뇌가 의도한 현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르지긴 교수는 "죽음에 가까워지는 환자의 뇌에서는 생명 위기에 즈음해 현대 과학기술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의식적 체험이 펼쳐질 수 있다"며 "수면 무호흡증 환자가 회복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의식을 깨우는 인지적 활동의 급증과 유사한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죽음을 앞둔 시점의 뇌 활성화를 실제 '임사 체험'과 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실험 대상이 4명밖에 안 되고, 감마파 급증이 확인된 환자 모두 사망에 이르러 죽음의 문턱에서 본 것이나 느낀 것, 경험한 것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감마파 급증은 죽어가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병리학적 프로세스의 징후로, 의식적 처리와는 무관할 수 있다.  

보르지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정지 중 뇌 활동이나 의식에 대한 새로운 조사의 기초를 마련하고 의식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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