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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한일 정상이 새로운 한일관계의 '미래'를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7일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12년 만의 '셔틀 외교' 복원을 알리고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발전된 한일관계 의지를 공고히 했다.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지 불과 50여 일 만에 성사된 기시다 총리의 답방으로 양국 외교에 실로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 사죄나 반성이 아닌 개인적 위로를 전해,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尹-기시다, 관계 정상화 물꼬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총리의 방한은 2018년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한 이래 5년 만이며, 정상회담 목적의 방한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셔틀외교 복원에 대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해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그리고 양국관계 정상화가 이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초 여름께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시다 총리의 빠른 답방에 윤 대통령은 국빈급으로 예우했다. 육·해·공군 의장대와 군악대로 성대하게 환영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 이어 두 번째로 관저에 초대했다.

양국이 이처럼 단시간에 셔틀외교를 하며 냉각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일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전방위 협력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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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보 면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도발을 비롯해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선 한미일 3국간 협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협의그룹(NCG)의 일본 참여 가능성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워싱턴선언은 완결된 것이 아니다. 이것이 궤도에 오르고 일본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한미 간 핵 협의그룹(NCG) 자체를 3자나 4자로 확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향후 삼각공조가 한층 강화될 경우 핵자산 운용에도 일본이 협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G7 정상회의 기간에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 전후로 이와 관련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과거사 발언·오염수 처리 문제 둘러싼 아쉬움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해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 등과 협력해나가는 게 일본 총리로서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 당시에도 ‘사죄와 반성’이란 직접적 표현을 언급하지 않았고 이번 방한에서도 ‘강제징용’ 대신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신 분들’이라면서 강제성에 대한 인정 없이 개인적 입장으로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3월 정상회담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인 것이며, 5월 말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하기로 제의한 것도 변화된 행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낮은 강도의 유감 표명이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둘러싼 비판적인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양국 정상은 한국 전문가 현장시찰단을 후쿠시마 제1원전에 파견해 오염수 안전성 문제를 파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 요구 고려한 의미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국민(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국내의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 문제에 사찰단이 과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日언론, 한일 정상회담 긍정평가

한편,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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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는 "양 정상은 12년 만에 재개한 '셔틀 외교'가 단기간에 본격화되며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환영했다"며,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궤도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 나아가 한미일 3개국의 안전보장 협력으로 북핵 억지력과 대처 강화를 확인했다"며 3국 공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총리 방한은 취임 후 처음이며,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당시) 방일을 마지막으로 끊긴 정상간 상호왕래 '셔틀 외교'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됐다"며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이 궤도에 올랐다는 인식에 일치했다.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는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안보협력 강화 방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8일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 본격화를 알린 7일 회담은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대일관계 개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향후 30% 전후로 하락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의 명확한 사과를 이끌지 못하는 윤 정권에 대해 야당 등에서 '한국의 일방적 양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으로 대일관계의 개선에 한국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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