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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항생제 남용이나 부적절한 사용으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약제 내성균이 발생한다. 특히 모든 약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인 '슈퍼버그(Superbug)'는 인류에게 큰 건강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 14개국 사람들의 장내에서 세균을 채취해 분석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항생제 내성균이 장 내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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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 내성균 연구 대부분은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생물은 유·무해 여부에 상관없이 인체와 주위 환경 등 모든 곳에 존재한다. 

영국 얼햄연구소 미생물학자 크리스토퍼 퀸스(Christopher Quince) 박사는 "우리 몸은 미생물과 병원체를 끊임없이 유입하거나 배출한다. 따라서 약제 내성균 문제는 미시적인 부분부터 거시적 부분까지 폭넓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약제 내성균의 세계적 확산을 알아보기 위해 퀸스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은 북미·중국·유럽 등 전 세계 14개국에서 채취한 3096건의 장내 세균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에 영향을 받지 않은 깨끗한 유전자 프로파일을 작성하기 위해 샘플을 수집할 때 항생제 미복용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렇게 확보한 장내 세균 유전자 데이터와 약제 내성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한 결과, 항생제 내성 유전자(ARG)의 총량과 다양성이 그 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예상대로 ARG가 대량으로 검출됐다. 두 국가에 비해 중국은 항생제 사용이 적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양의 ARG가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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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중국에서 알려진 것보다 많은 항생제가 사용되거나 농약 등의 형태로 항생제가 체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들로 이루어진 생태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항생제 미복용자의 샘플에서 확인된 ARG와 제공자 거주 국가의 항생제 사용 수준이 매우 강한 연관성을 보임에 따라, 연구팀은 "항생제가 다량으로 사용되면서 항생제에 직접 노출된 사람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에 ARG가 파급되고, 그것이 미생물총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9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약제 내성균으로 인해 유럽에서만 매년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19년 세계 사망원인 중 3위가 약제 내성균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포크 힐드브랜드(Falk Hildebrand) 박사는 "이 연구는 각국의 항생제 사용이 그 나라 사람의 상재균(Resident Flora)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정량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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