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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경피약물전달시스템 중 하나인 마이크로니들(미세침)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의 발병·유행을 막는 백신이 피부에 붙이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진행된 패치형 홍역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주사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면역반응이 확인돼 주목된다. 홍역 백신 접종은 일반적으로 주사가 사용되지만 최근 20년 가까이 패치형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홍역은 고열이나 기침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감염병이다. 백신 접종으로 발병을 막을 수 있지만,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확진자와 접촉하면 거의 100% 발병하는 강력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 

홍역은 인구 중 최소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유행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 등은 백신 접종이 더딘 지역도 많고, 백신 기피 풍조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최근 홍역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미국 뉴욕주 록랜드카운티에서 150명 이상이 집단 발병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돼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18세 이하의 공공장소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생명공학 기업인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Micron Biomedical)이 개발한 패치형 홍역 백신은 동전 크기의 플라스틱 패치를 어린이 손목에 부착한 후 누르면 몇 분 만에 미세 바늘로 백신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미세 바늘을 통한 백신 유효 성분을 전달은 통증 수용체가 없는 피부 외층뿐이기 때문에, 어린이는 접종 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스티브 데이먼(Steve Damon)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 CEO는 "패치형 홍역 백신은 투여에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다"며 "엄지손가락으로 백신을 피부에 밀어 넣으면 주사와 같은 양의 백신을 투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은 패치형 홍역 백신의 유효성을 알아보기 위해 감비아 의학 연구 위원회와 협력해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상시험에는 ▲성인 45명 ▲생후 15~18개월 유아 120명 ▲생후 9~10월 영아 120명이 참여해 기존 주사 또는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의 패치로 홍역 백신을 투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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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백신 접종 후 한 달 반 만에 시험 참여자의 면역반응을 평가한 결과, 주사와 패치 모두 강력한 면역반응이 확인됐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자녀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대다수가 백신 패치 접종 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고 90%가 주사보다 패치가 백신 접종 방법으로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 5월 15일부터 3일간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 마이크로니들 학회(Micronedles 2023)에서 발표되었으며, 회사에 따르면 곧 의학저널에 논문이 게재될 예정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icronedles 2023

임상시험을 공동 주도한 감비아 의학 연구 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의 에드 클라크(Ed Clarke) 박사는 "이는 마이크로어레이 패치(MicroArry Patch, MAP)가 백신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흥미로운 결과"라고 강조했다.

패치형 백신은 홍역뿐만 아니라 광견병·결핵·B형 간염 등의 기타 감염병에도 응용할 수 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소속으로 백신 전문가인 그레고리 폴란드(Gregory Poland) 박사는 "오랜 꿈이었던 기술이다. 만약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백신을 도입할 수 있다면, 백신 투여를 위한 전문 의료진이 필요 없게 되고 주사바늘을 통한 체액·혈액 감염경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주사바늘 등 의료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제품·배송 연구 부서 책임자 비르기트 기르싱(Birgitte Giersing)은 "패치 형태의 홍역 백신은 의료 시설이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배송이 용이하다. 희석 과정이 필요없는 패치형은 깨끗한 물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고 냉장 보관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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