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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생물은 불변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진화해 왔다"는 진화론은 많은 연구나 증거와 함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종교나 사상에 따라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지역도 존재한다.

최근 인도 정부는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고, 원소주기표나 공해·기후변화 등의 주제도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인도의 9학년(한국의 중3)과 10학년(한국의 고1)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찰스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 관련 항목이 삭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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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원소주기표 ▲에너지원과 천연자원의 관리 ▲전자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의 공적 ▲산업혁명 관련 내용 ▲민주주의와 다양성에 관한 주제 등도 교과서에서 삭제된다.

이에 대해 인도 교육과정과 교과서 발행 정책을 총괄하는 자치정부기관 '국립교육연구훈련원(NCERT)'은 "중복 여부, 난이도, 내용의 무관성 여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진화론에 대해 NCERT는 "진화론 주제를 삭제한 것은 콘텐츠 합리화 과정의 일환"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간소화하기 위해 현재 상황과 관련이 없는 콘텐츠를 간소화했다"며 삭제 배경을 밝혔다.

커리큘럼 변경은 인도 학교에 다니는 11~18세의 약 1억34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도 교육계와 과학계에서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진화론이 삭제됐다는 사실이다. 진화론은 생물의 다양성에 깊이 관련된 주제이며, 더 위의 학년에서 배우는 유전과도 관련이 있다.

아미타브 조쉬 인도 자와할랄네루 첨단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인도 종교단체들이 반진화론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이 커리큘럼에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이번 커리큘럼 변경은 인도의 집권여당인 인도 인민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극우 힌두교 조직 '민족의용단(RSS)'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RSS 출신이며, 현재는 당의 핵심지지단체이기도 하다. 모디 총리 집권하에서 힌두 우선주의는 한층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RSS는 힌두교가 인도의 다른 종교나 문화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합리적 사고와 거리를 두고 계몽과 서구 사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진화론 삭제 결정도 RSS가 힌두교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압력을 가하고, 이에 부응해 힌두교를 믿는 정치인들이 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 과학교육연구자인 조나단 오스본 박사는 "진화론을 다루지 않고 생물학을 가르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을 가르친다고 할 수 없다. 진화론은 생물학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원소주기표는 생명의 구성요소가 어떻게 조합되어 크게 다른 성질을 갖는지 설명하는 것이며 화학자들의 위대한 지적 성과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인도의 과학자나 교사 등 4500명 이상이 커리큘럼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서명운동에 동참했지만 NCERT는 완강한 입장을 견지하며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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