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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반려동물의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성호르몬 관련 질병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난소와 자궁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불임 수술은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데이비드 페핀 교수 연구팀과 윌리엄 스완슨 신시내티 동식물원 보존연구센터 연구팀은 자궁과 난관의 작용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암컷 고양이에게 주사하는 방식의 유전자 요법을 개발, 수술을 대체할 안전하고 효과적인 불임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Communications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라면 외과적 불임 수술은 비교적 쉽지만,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할 때는 지역사회 등에 의한 활동이 필수적이다. 또 엄청난 개체수의 지역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에 개체수가 크게 증가한 길고양이에 대한 대처로 살처분이 늘면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신시내티 동식물원 보존연구센터의 윌리엄 스완슨 박사는 "수십 년에 걸쳐 많은 연구자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기존 불임수술의 대체수단을 고민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과적 수술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암컷 체내에 있는 여성 생식기관인 뮐러관에서 형성되는 '항뮐러호르몬'(AMH/자궁이나 난관 등의 작용을 억제하는 호르몬)에 주목해 AMH 수준을 특정 임계치를 초과해 올리면 난소와 난포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난소와 난포의 성장을 억제하면 배란과 수태 과정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암컷 고양이의 AMH 수치를 높이기 위해, 안전한 바이러스로 구성된 유전자 치료용 벡터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를 개발했다.

유전자 치료용 벡터를 주사하면 원래 난소에서만 생성되는 AMH를 근세포(muscle cell)에서도 생성할 수 있다. 페핀 교수는 "근세포에서도 AMH를 생성하면 체내 AMH의 전체적인 수치가 통상의 약 100배까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또 근세포는 기본적으로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주입한 AMH 생성 유전자는 장기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불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용 벡터를 주사한 6마리의 암컷 고양이와 대조군 3마리의 암컷 고양이를 비교 관찰했다.

2년에 걸친 관찰 결과, 주사를 맞지 않은 3마리의 대조군 고양이 모두 새끼를 낳은 반면, 유전자 치료용 벡터를 주사한 고양이 6마리는 여러 번의 짝짓기에도 출산하지 않았다. 또 주사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주사 후 2년 이상 지난 시점에도 암컷 고양이의 AMH 수준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페핀 교수는 "무수히 존재하는 길고양이 피임 치료를 할 만큼 충분한 양의 주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유전자 치료를 통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동물 영구 피임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주사 제조 능력이 향상되면 고양이의 개체 수를 제어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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