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흔들림없이 국정을 챙기겠다’, ‘대통령이 안계시니 국정을 더욱 열심히 챙기겠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줄기차게 쏟아지는 사퇴압력에 대해 내놓는 반발언이다.


국회 대정부질의, 출퇴근길 기자들의 질문공세, 4.19 기념식 참석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 등 이완구 총리의 ‘흔들림없는 국정 챙기기’강조 발언은 ‘흔들림없이’ 계속되고 있다.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의 표정과 목소리가 결기를 띨수록 그의 결백과 총리직 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점점 더 공허한 울림으로 들린다. 애처롭기도 하고 짜증도 난다.


애처로운 느낌은 사면초가에 몰려 홀로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여서다. 짜증은 그가 국정챙기기에 의욕(?)을 보일수록 국정운영은 더욱 꼬여가고 그 부담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완구 총리는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으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김용태 의원은 “이총리는 총리로서의 권위도, 정당성도, 실효성도 상실한 식물총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그의 말을 정파적 차원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의 인식도 김용태 의원과 다르지 않다.


이 총리는 사건이 불거진 후 ‘성 전회장을 깊이 알지 못한다’, ‘선거사무소에서 독대한 기억이 없다’,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총리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정황과 관련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더욱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이 총리는 성 전회장과 10여차례 이상 만났고 200여차례 이상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대국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고 깊은 관계가 아니라면서 이렇게 많은 만남과 통화를 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성 전회장은 숨지기전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총리의 국회의원 재선거 사무소 방문과 독대, 비타500 상자 전달 사실을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은 다름아닌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에게서 나왔다.


이 총리와 측근들은 성 전회장이 자진하기 전 만났던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성 전회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돈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캐물었다.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나중에는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이 총리측은 집요하게 따져물었다고 한다. 이 전총리의 기사의 집 주소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돈을 받지 않았다는 해명도 믿기 어렵다. 성 전회장이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면서 정말 비타500 10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그것도 한 개만 달랑 들고 갔을까? 보통사람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건설회사 회장이 그렇게 했을까. 그걸 믿으라고 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총리가 국정을 챙기려고 하면 할수록 국정은 더 꼬이게 돼있다. 이 총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 등 시급한 국정과제는 표류하게 되고 경제살리기는 요원해진다.


공직기강 역시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 총리가 취임후 내놓은 첫작품이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그런 그가 비리와 부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빠져있으니 공직기강 확립의 영(令 )이 설리 없다. 이 총리가 그걸 외칠수록 ‘너나 잘하세요’라는 비웃음만 사게 돼있다.


지금의 이 총리 처지와 위상은 김용태 의원이 말한 그대로다. 이 총리가 결기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국정 챙기기’를 강조할 때마다 국정은 더 흔들린다. 이 총리가 자신을 더 이상 국민들의 조롱거리로 만들지 말고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판단과 결단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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