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성완종 파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결국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2월 우여곡절 끝에 국무총리 자리에 오르며 야심차게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총리는 자신이 총대를 메고 휘두른 칼날에 오히려 맞고 말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숨지기 직전 남긴 메모지에 ‘금품수수 의혹자’로 이름이 거론된 지 10일 만이며 총리에 임명된 지 62일 만이다.


지명부터 사퇴까지 이 총리의 재임 기간은 논란에서 시작돼 의혹으로 끝나게 됐다. 이 총리는총리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도 순탄치 않았다.


올 초 지명된 이 총리는 청문회 전부터 ‘언론 외압 의혹’과 ‘병역 회피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둘러싸여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자신과 관련된 의혹의 보도를 막기 위해 기자를 협박하는 등 언론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그를 둘러싼 자질 논란까지 빚어졌다.


그러나 지난 2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실시한 결과 재석 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48명, 반대 128명, 무효 5명으로 임명동의안이 가결돼 이 총리는 가까스로 총리에 임명됐다.


이 총리는 총리 취임 직후 개혁의 선봉장을 자처하며 ‘부패척결’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12일 취임 후 가진 첫 대국민 담화에서 “당면한 경제 살리기와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부패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이 총리의 담화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전 정권 사정이 본격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포스코건설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가 본격 시작됐고 잠시나마 여론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부패척결 대상 중 하나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에 이 총리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상황은 급 반전됐다.


성 전 회장은 사망하기 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000만원이 든) 비타500 박스를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이 총리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게 됐다.


이 총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은 연일 증폭됐고 여론도 싸늘해져만 갔다.


야당은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며 총공세를 펼쳤고 지난 20일에는 총리해임안 제출 방침을 공식화하는 등 압박 수위를 한 층 높여왔다.


이를 의식한 여당 내에서도 총리의 거취 문제를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자진사퇴론의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하자 이 총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 취임 전부터 각종 논란을 빚었던 이 총리는 사퇴 시에도 의혹의 꼬리표를 단 채 물러나게 됐다.


한편 20일로 취임 62일째를 맞은 이 총리는 사의표명 시점까지만 따지면 사실상의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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