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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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냄새는 기억이나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편도체나 해마를 포함한 대뇌변연계는 기억이나 감정뿐만 아니라 후각 처리도 담당한다.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후각 기능의 저하 및 상실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변성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인간은 코에 있는 후구(嗅球·olfactory bulb)에서 냄새의 근원이 되는 분자를 감지하고, 대뇌변연계에서 처리함으로써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후각 장애 메커니즘은 대부분 규명됐지만 근본적 부분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인간의 단기 기억은 약 25세에 절정을 이루며 후각은 40세 전후에 정점을 찍고 그 후 서서히 저하되기 시작한다.

2019년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된 논문에는 후각에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르면 후각 세포의 수는 여성이 더 많고 노화에 따른 후각 저하는 남성이 더 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Psychology(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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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4년 건강한 고령자 1162명을 대상으로 한 4년간의 추적 연구가 발표됐다. 후각검사 기준선 점수가 가장 낮은 그룹은 4년간 사망률이 45%였던 반면,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그룹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후각을 잃은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의 70%가 자신이 검사를 받을 때까지 후각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후각장애는 그 밖에도 다양한 질병의 초기 징후로 알려져 있으며 질병 진행과 인지장애의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헌팅턴병·다발성 경화증·가벼운 인지장애 등 신경변성 질환의 초기 징후임을 보여주는 증거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후각 장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관련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코로나19 혹은 국소적인 염증 과정에서 결함 단백질이 응집되면서 일어나는 신경세포 변성이 후각장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후구와 후각 신경이 존재하는 연수(숨골)는 파킨슨병에서 초기 발병이 보이는 부위로 코로나19 감염에서도 염증이 나타나는 곳이다. 이에 연구팀은 파킨슨병이나 코로나19 모두 단백질 응집에 의한 신경변성으로 인해 후각장애가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지적한다.  

파킨슨병 초기 증상으로 후각 장애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올해 5월 란셋 뉴롤로지(The Lancet Neur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Lancet Neurology(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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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진행한 펜실베니아대 의대 연구팀은 “파킨슨병 병태를 나타내는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를 확인하는 것은 파킨슨병의 치료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환자별 최적의 치료법을 특정해 임상시험의 신속화가 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각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어떤 원리로 후각 장애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원리도 특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연구에서 후각장애가 다양한 신경변성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후각장애가 조기 발견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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