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다른 수컷과 사이가 좋은 수컷 돌고래는 암컷 돌고래와 교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컷이 암컷을 둘러싼 경쟁 과정에서 복잡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돌고래 이외에는 인간뿐이다. 

침팬지 등의 동물 수컷은 암컷과의 교미를 위해 격렬한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며, 이러한 대립은 종종 폭력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호주 서부의 샤크베이(Shark Bay)에 서식하는 성체 남방큰돌고래(학명 Tursiops aduncus) 수컷 121마리를 추적 관찰한 결과, 돌고래 수컷은 놀라울 정도로 서로 협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 수컷은 여러 수컷과 '동맹 관계'를 맺으며 다른 수컷과의 동맹 관계가 강할수록 암컷과의 접촉도 많았다. 또 수컷 돌고래가 암컷을 쫓을 때 동맹 관계에 있는 2~3마리 수컷이 팀을 이뤄 암컷 구애를 돕는 행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동맹을 맺는 방식도 다양했다. 서로의 구애를 돕는 2~3마리가 무리를 이루는 '1차 동맹'과 다른 동맹에 대항하기 위해 4~14마리로 결성하는 '2차 동맹'도 있었다. 또 동맹끼리도 항상 경쟁 관계에 있지는 않았으며, 동맹 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3차 동맹'까지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가 돌고래 수컷 121마리의 2차와 3차 동맹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추적 조사 결과, 샤크베이에는 12개의 2차 동맹과 5개의 3차 동맹이 존재했다. 수컷은 평균적으로 22마리의 수컷과 교우 관계를 구축하며, 그중에는 50마리의 친구를 둔 수컷도 있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NAS

동맹에 속한 수컷은 그렇지 않은 수컷에 비해 암컷과의 교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다른 수컷과의 협력으로 경쟁이 줄고 암컷에게 구애할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맹 관계로 인한 혜택에는 규모보다 관계의 깊이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브리스톨대 생물과학부 사이먼 앨런(Simon Allen) 박사는 "이런 전략적인 여러 동맹은 이전까지는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돌고래가 왜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도록 진화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돌고래는 인간과는 달리 정해진 짝을 만들지도 수컷이 육아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돌고래의 난혼적 사회구조는 인간보다 오히려 침팬지와 유사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과 돌고래의 공통성은 '사회적 뇌 가설(social brain hypothesis)'에 근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가 사람이나 돌고래가 가진 큰 뇌와 지성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을 수 있다는 설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돌고래 수컷들이 형성하는 전략적이고 복잡한 동맹 관계의 발견은 인간의 사회적·인지적 진화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되는 놀라운 사례"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