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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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약 4만6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신종 선충이 깨어났다. 

선충류는 휴면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발휘하는 생명체다. 이번 연구 결과가 확실하다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휴면상태(크립토바이오시스·Cryptobiosis)' 최장 기록을 크게 갈아치우게 된다. 

2018년 시베리아 영구 동토에서 발견된 1㎜ 미만 선충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종으로,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선충은 ‘파나그로라이무스 콜리맨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번 연구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은 시베리아 콜리마강 인근 영구 동토에서 부활한 선충을 100세대 이상 번식시켰다. 그리고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마지막 빙하기에 휴면에 들어간 선충류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유전학(PLOS Genetic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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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신종 선충은 단성생식(처녀생식·parthenogenesis) 종이기 때문에 암컷만으로 번식할 수 있다. 교미할 필요가 없는 덕분에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유지한 상태에서 단독으로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독일 쾰른대 필립 쉬퍼 박사는 "벌레들이 되살아난 즉시 번식을 시작했다"며 "실험실에 벌레 배양종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전자 해석을 하는 데 필요한 2000~4000마리의 선충을 번식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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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층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선충은 마지막 빙하기에 ‘휴면’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후기 플라이스토세(12만6000∼1만1700년 전)부터 동토층 40m 아래에 줄곧 얼어있었고, 정밀 분석 결과 신진대사를 멈추고 휴면상태로 4만6000년에서 최대 4만8000년간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억5000만년 전 단세포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깨어난 사례는 있었지만 다세포 생명체 가운데에선 이번이 가장 오래된 경우다. 

연구에 참여한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유전학연구소 소속 테이무라스 쿠르찰리아 박사는 "이러한 발견은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대'라는 개념이 수천 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나 개체가 장기간 생존함으로써 이미 멸종된 계통이 다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휴면상태와 관련된 공통 유전자 역할과 선충이 동면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에 대해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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