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미완의 꿈 '냉동인간'...회생의 미래는 올 것인가?
#31. 미완의 꿈 '냉동인간'...회생의 미래는 올 것인가?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1.09.0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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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영화 '바닐라 스카이' 포스터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open your eyes" 영화 '바닐라스카이'에서 주인공인 데이비드(톰 크루즈)를 잠에서 깨우는 대사다. 

영화 속에서 데이비드 에임즈는 굴곡진 삶의 괴로움으로 생명 연장 회사인 LE와 계약을 하고 냉동인간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냉동된 상태로 행복한 꿈속에서 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시스템 오류로 자각몽을 꾸게 되고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행복은 악몽으로 변하고 만다. 

"진짜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제 꿈꾸고 싶지 않아요" 그는 냉동인간의 몸으로 꿈속으로의 도피 대신 150년이나 지난 현실 세계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영화 '바닐라 스카이' 

이 밖에도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떠나는 스토리를 담은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혹성탈출·캡틴아메리카·데몰리션맨 등 냉동인간은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곤 한다. 

인체 냉동보존은 액체 질소를 사용해 초저온에서 인체를 냉동하는 기술이다. 최근 유전자 편집 및 인공 세포, 나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보가 이루어지면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냉동인간기업 크리오러스(KrioRus)를 방문해 냉동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이탈리아 사진작가 주세페 누치(GIUSEPPE NUCCI)는 "그들은 언젠가 누군가가 자신을 깨워 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크리오러스社의 냉동 보존 과정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IUSEPPE NUCCI

실제로 인체 냉동 보존의 최종목표는 현대 의학에서는 치료 불가능한 질병에 걸린 사람을 의료가 발전하고 소생하는 ​​기술이 완성된 시점에서 치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냉동인간으로 보존된 두 번째 사례가 나오며 화제를 모았다. 아내의 냉동보존을 의뢰한 A씨는 "암으로 아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힘든 시기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는 냉동보존을 알게 됐고, 큰 위안이 됐다"면서 "살아생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A씨의 아내는 지난해 5월 아들의 의뢰로 보존된 80대 노모에 이어 국내 냉동인간 두 번째 사례다. 두 건 모두 지난 2018년 2월 러시아 크리오러스와 제휴를 맺은 크리오아시아가 담당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rioAsia

크리오러스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다시 삶을 얻을 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150여구의 시신을 냉동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회사가 보관하는 냉동인간은 완전히 혈액을 뽑아 영하 196℃의 액체 질소에 보관된 상태로 100년 후까지 저장한다.

크리오러스를 포함해 현재 세계 3대 냉동보존 기업에서 보관하는 냉동인간의 수는 450여명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미국 알코르 생명연장재단과 크라이오닉스 연구소가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동보존 의사를 밝히고 대기 중인 사람들은 전세계 30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암으로 사망한 영국의 14세 소녀가 냉동된 사실이 알려지며 인체 냉동보존을 규제하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국 고등법원은 냉동인간으로 보존을 희망하는 이 소녀의 바램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나는 아직 14살입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게 되겠죠. 냉동 보존이 되면 치료를 받고 일어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백년 후일지도 모르지만. 지하에 매장되는 것은 싫습니다. 나는 살고 싶고, 더 오래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발견될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소원입니다"

이 소녀는 현재 미국에 냉동된 상태도 보존되고 있으며, 당시 판례는 세계 최초로 인체 냉동보존에 관한 재판으로 기록됐다. 

크리오러스社의 냉동 보존 과정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IUSEPPE NUCCI

세계적으로 인체 냉동보존을 인정하는 정책이나 법률은 적은 상태이며 캐나다 일부 주(州)와 프랑스에서는 냉동보존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냉동 보존되는 시신 대부분은 자연사를 맞이한 노인이며 일부는 애완동물이다. 생전에 냉동 인간을 희망한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본인이 사망한 후에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거액을 지불하고 시신을 냉동 저장하는 경우도 있다. 보존 기간은 기본적으로 100년이며, 22세기 과학 발전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바닐라스카이와 같은 영화 속 세계를 제외하고는 냉동에서 부활한 인간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질병 없는 유토피아의 도래는 아주 먼일이지만 잠들어있는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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