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문어는 무척추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뇌구조와 높은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문어는 매우 영리해 ▲도구 사용 ▲복잡한 작업의 기억 ▲사물 관찰 및 학습 등이 가능하다. 이에 일부 연구자들은 문어 양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문어의 8개의 촉수에는 뇌에 버금가는 수의 뉴런이 존재하며. 각 촉수 신경절은 독립적이고 상호 연계되는 복잡한 '분산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 지적인 존재 문어...인간과 유사한 뇌 유전자 가져  

앞서 2022년 연구에서는 문어가 사회적 소통의 일환으로 조개껍데기나 진흙 덩어리 등을 다른 문어를 향해 던지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영상 속 문어는 무언가를 투척할 때 조개껍데기 등을 잡아 올린 뒤 수관(siphon)에서 물줄기를 뿜어 이를 이용해 던지는 행동을 한다. 수관은 문어가 물속을 헤엄칠 때도 사용되지만 물건을 던질 때는 평소와 다르게 다리를 움직여 수관을 이동시켜야 한다. 

몸의 색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어는 공격성을 보일 때 어두운색으로 변한다. 투척 행동은 색이 어두울수록 강도가 세졌고 명중률도 높았다.

이를 토대로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은 조개껍데기나 진흙이 우연히 날아간 것이 아니라, 물건을 던지기 위해 문어가 의도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또 같은 해 다른 연구에서는 문어의 인지 능력이 인간의 뇌에도 존재하는 점핑 유전자 '트랜스포존(transposon·전이인자)' 때문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MC Biology(2022)

트랜스포존이란 유전체(genome) 상에서 DNA 배열로 점프하듯 이동하기 때문에 점핑 유전자라고도 불린다. 트랜스포존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긴 반복 배열 핵 성분(LINE·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으로, 뇌 학습 기능 및 해마에서의 기억 형성에 중요할 역할을 한다. 문어 뇌에서 발견된 트랜스포존도 LINE 트랜스포존이다. 

당시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지오반나 폰테(Giovanna Ponte) 박사는 "문어는 척추동물과는 먼 종이지만 척추동물과 유사한 행동과 신경의 가소성, 즉 유연하게 변화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문어가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상황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된 유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일본 연구팀, 문어 뇌에 전극 삽입해 뇌파 포착

이러한 문어의 능력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최근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연구팀이 문어 뇌에 전극을 심어 세계 최초로 '움직이는 문어 뇌파'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urrent Biology(2023)

연구 당시 OIST 소속이었던 타마르 구트닉(Tamar Gutnick·현 나폴리대 교수) 박사는 움직이고 있는 문어의 뇌파를 기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구트닉 박사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문어는 포유류와 비교해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동물이다. 문어는 큰 뇌, 놀라울 정도로 독특한 몸, 그리고 척추동물과는 완전히 다른 발달을 이룬 고도의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문어는 촉수 8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뇌파를 측정하기 위한 전극을 몸에 부착하면 바로 떼어낸다. 즉 움직이는 문어의 뇌파를 기록하려면 문어의 촉수가 닿지 않는 부위에 전극을 이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연구팀은 비행 중 새의 뇌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개발된 작고 가벼운 무선 전극과 데이터 기록 장치를 방수 가공한 후, 이식에 적합하게 제조했다. 그리고 문어 세 마리를 마취시켜 시각적인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수직엽'과 '상전두엽' 부위에 이식했다. 

수술이 끝난 문어는 수조로 돌아간 지 5분 만에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후 12시간 동안 움직이는 문어의 뇌파를 기록했다. 또 수면·식사·이동과 같은 수조 내 행동도 영상으로 촬영했다. 

아래는 문어의 뇌파와 촬영 영상을 동기화한 것이다. 문어 뇌파에는 여러 종류의 패턴이 존재했으며, 그중에 문어 고유의 뇌파와 포유류와 유사한 뇌파 등이 새롭게 확인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OIST

연구팀은 앞으로 기억과 학습 관련 작업을 수행하는 문어의 뇌파를 기록할 예정이다. 

논문 공저자인 마이클 쿠바(Michael J. Kuba) 박사는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다. 문어의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현재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문어가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뇌 활동을 처음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설레는 일이며, 영향력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