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과 치매 연관성 뚜렷…적시에 보청기 착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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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치매는 세계인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최근 ‘시끄러운 환경에서 타인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는 등 청력 감퇴와 치매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대규모 바이오뱅크인 'UK바이오뱅크'가 수집한 수십만 명분의 데이터를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서, 난청 환자라도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란셋 공공 보건(Lancet Public Health)’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Lancet Public Health(2023)

치매 환자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대로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50년 세계의 치매 환자는 2019년의 3배에 가까운 1억53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치매 사례의 약 8%가 난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Lancet(2022)

이에 중국·호주·일본 등 국제 연구팀은 영국 중장년의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UK바이오뱅크에 포함된 43만7704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청 여부 ▲보청기 사용 ▲치매 진단 이력 등을 분석했다. UK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시점의 대상 평균 연령은 56세이며, 평균 추적 기간은 12년이었다.

논문 공저자이자 중국 산둥대 교수인 주동샨(Dongshan Zhu) 박사는 "난청이 중년기 치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일 수 있다는 증거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청기 사용이 실제로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지는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실험 참여자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1만 1822명이 일정 정도의 난청을 보였다. 난청이 있는 사람의 11.7%인 1만3092명은 보청기를 사용했지만 상당수는 난청이면서도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치매 위험과 관련된 요인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난청이면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일반 청각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2% 높게 나타났다. 한편, 난청이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본 연구는 난청이 치매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줄이는 데 보청기가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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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로 영국에서 난청을 경험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난청은 40대 초반부터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난청 환자는 치매에 걸리기 쉬운 60~70대까지 수십 년간 단계적으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진행되는 것이다. 

주동샨 교수는 "청각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면 조기에 보청기를 사용해야 한다. ▲난청과 치매 관련 인식 제고 ▲보청기 비용 절감을 통한 접근성 향상 ▲일차의료 종사자의 청각장애 선별 ▲보청기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보청기 착용 치료를 위한 지원 강화 등 사회적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연관성을 발견한 것일 뿐 보청기 사용이 치매에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규명된 것은 아니다. 환자 상태에 대한 조사는 자가신고에 근거한 것이며,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외 건강상태에도 신경을 쓸 가능성' 등 숨은 요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UK바이오뱅크 실험 참여자 대부분이 백인이고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나 난청 경험자가 적은 점도 연구의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길 리빙스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보청기가 난청으로 인한 치매 위험을 줄이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보청기 사용은 치매 예방에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대책"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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