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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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인근 국가의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체르노빌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독일에 서식하는 멧돼지는 오래전부터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방사능 공포는 '진행형’...오염원인은 핵실험과 체르노빌 참사 

오스트리아 빈공대 및 독일 라이프니츠대 공동 연구팀이 최근 이른바 ‘방사능 멧돼지’ 몸에 축적된 방사성 물질을 조사한 결과, 멧돼지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방사성 물질에 여전히 오염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르노빌 원전 참사뿐만 아니라 1960년대 핵무기 실험의 영향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Environmental Science &Technolog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nvironmental Science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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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유럽 산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혔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은 독일의 야생동물에도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작센주(州)는 야생 멧돼지를 포획할 경우 방사선 검사로 식육 적합성을 의무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 검사를 받은 752마리 중 297마리가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됐다. 

그런데 독일 멧돼지의 방사능 오염에는 한 가지 의문이 존재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대량 방출된 방사성 물질 세슘 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이며, 사고로부터 30년 이상이 경과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이 반감된다. 또 방사성 물질이 빗물에 의해 씻겨나가거나 미네랄과 결합해 토양 깊숙이 침투하기도 한다. 실제로 반감기를 거치면서 사슴을 포함한 동물 샘플 대부분의 방사능 오염 수치는 낮은 수준이다. 

◆ 독일 멧돼지 샘플 88% 방사성 물질 기준치 초과

이에 연구팀은 '멧돼지 몸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발생원'을 특정함으로써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원전 사고나 핵 실험 등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 동위체 비율은 각각 다르다. 이에 세슘 137이나 그보다 반감기가 긴 세슘 135등의 비율을 측정하면, 해당 세슘이 어떤 경위로 유래된 것인지 특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2019년~2021년 포획된 멧돼지 샘플을 수집해 세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분석한 멧돼지 샘플 88%에서 방사성 세슘 농도가 독일 식품 당국의 기준치를 초과했다. 

특히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뿐만 아니라 1960년대 핵무기 실험으로 방출된 세슘도 방사능 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멧돼지를 오염시킨 세슘 발생원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으로 ▲파란색-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세슘(세슘-137) ▲흰색-1960년대 핵무기 실험 폭발로 생성되는 세슘(세슘-135)을 의미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nvironmental Science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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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확인된 세슘이 더 많지만, 지역별로 세슘 전체의 12%~68%가 핵무기 실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 약 4분의 1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오염이 없더라도 핵무기 실험으로 생성된 세슘만으로 방사능 오염 기준치를 초과했다. 

◆ 송로버섯 즐기는 멧돼지 식습관 영향

멧돼지들이 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물론, 더 오래된 60년대 핵무기 실험에서 유래한 세슘에 여전히 오염돼 있는 것은 멧돼지가 즐겨먹는 송로버섯(트러플)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땅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송로버섯은 지하에서 자라는 버섯이다. 토양 깊숙이 침투한 방사성 입자가 곰팡이에 축적되고, 오염된 송로버섯을 통해 멧돼지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세슘이 토양 아래로 침투하는 속도는 매우 느려 1년에 1mm 정도에 불과하다. 송로버섯 종균은 5~40㎝ 땅속에서 자라며 더러는 1m 깊이에서까지 발견되는 수도 있다. 

즉,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멧돼지를 방사능에 오염시킨 것은 실은 원전 사고 아니라 더 오래전 핵무기 실험이 방출한 세슘이고, 최근 멧돼지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발생한 세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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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의 게오르그 스타인하우저 오스트리아 빈공대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자연 생태계의 상호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준다. 아울러 측정이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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