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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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970년 미국 몬산토社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농약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업인 독일계 바이엘(Bayer)은 2018년 몬산토를 630억 달러에 인수했다.

라운드업은 매우 강력한 제초제로 본래 제초하지 말아야 할 작물까지 말려버린다. 이에 몬산토가 개발한 라운드업의 유효성분인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 작물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작물 면적에서 차지하는 글리포세이트 내성 작물의 비율은 약 80%에 달하며, 2005년~2014년까지 10년간 세계적으로 610만 톤의 라운드업이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운드업은 대규모 농가뿐만 아니라 텃밭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글리포세이트는 2015년 유엔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암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2022년 6월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인 80%의 몸속에 글리포세이트가 잔류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미국 연방대법원은 몬산토 제초제를 수십 년간 사용하다 암에 걸린 한 농부에 대한 금전적 보상 지급을 확정하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의문의 신장병이 대거 발생한 스리랑카의 농촌을 조사한 결과, 제초제 라운드업 성분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새롭게 부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저널(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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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농촌 지역에서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신장 질환(Chronic Kidney Disease of Unknown origin·CKDU)'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와 중앙아메리카의 발병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CKDU가 발병하면 신장 기능의 급속한 저하를 경험하여 심각한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미 듀크대 연구팀은 "스리랑카 농촌의 우물물을 조사한 결과, 라운드업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CKDU를 일으킨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라운드업은 자연환경에서 며칠에서 몇 주 안에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여전히 대부분의 공중보건 기관은 라운드업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글리포세이트가 마그네슘이나 칼슘 함량이 높은 경수(hard water) 속에 많이 포함된 특정 미량 금속 이온과 만나면 금속 이온 복합체가 형성될 수 있고, 이러한 복합체는 물속에서 7년, 토양에서는 22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스리랑카의 특정 농업 지역에서는 고지의 건조한 기후와 지층이 만나 경수에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진다. CKDU가 다발한 농촌 지역도 이런 곳으로, 5세~11세 어린이까지 전체의 10%에서 신장 장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연구팀은 "화학물질이 경수 속에서 복합화되면 예상보다 오래 잔류할 수 있다"며 "글리포세이트가 다른 원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복합체로 체내에 들어오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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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스리랑카 4개 지역에서 200개 이상의 우물을 조사한 결과, CKDU 영향을 받은 지역의 44%에서 제초제 농도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CKDU 발병률이 높은 지역의 거의 모든 식수에서 신장 장애와 관련된 '불화물'과 '바나듐(vanadium)' 농도가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리 퍼거슨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식음료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 밖에도 중요한 노출 경로가 존재할 수 있다. 농약을 살포한 사람과의 직접 접촉 또는 음식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노출 경로 파악에 중점을 둔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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