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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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장은 '제2의 뇌'라고 할 정도로 뇌와의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선 연구를 통해 건강하지 못한 식사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서양형 식생활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논문 등이 발표된 바 있다. 또 3일 이상 지속되는 증상으로 정의되는 '만성 변비'는 불안증이나 우울증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장 건강과 뇌 건강이 연결되어 있다는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변비와 뇌 노화의 연관성을 연구한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캠퍼스 차오란 마(Chaoran Ma) 교수팀은 지난 7월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에서 "배변 횟수가 적은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가 더 빨리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A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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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의 약 16%가 변비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노인들은 식이섬유 부족·운동 부족·여타 질병으로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 등으로 변비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여성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간호사 건강 조사(Nurses' Health Study)'와 '간호사 건강 조사 II(Nurses' Health Study II)'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의료인 추적조사(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에 참여한 11만2000명부터 ▲2012~2013년까지 배변 빈도 데이터 ▲2014~2017년까지의 인지기능 자가평가 데이터 ▲2014~2018년까지의 객관적 인지기능 측정 데이터를 수집해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만성 변비인 사람(3일 이상 주기로 배변)은 하루에 한 번 배변하는 사람에 비해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객관적 테스트(기억력·사고력 테스트 등)에선 뇌 노화가 3년분에 해당할 정도로 인지력이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주관적 자가평가에서도 만성 변비인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73% 높았다. 

한편, 하루에 두 번 이상 배변을 자주 하는 사람도 인지기능이 낮을 확률이 37% 높았지만, 만성 변비 그룹보다는 위험 상승도가 크지는 않았다.

이번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이 외에도 장 상태의 악화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사례가 여러건 보고됐다. 

미국 텍사스대 건강과학 센터(UC 헬스 샌 안토니오) 연구팀은 중년 입원환자 140명의 분변 샘플과 뇌 스캔 데이터를 수집해 장내 세균과 알츠하이머병의 지표가 되는 물질 축적 상황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인 부티릭코커스(Butyricicoccus)와 루미노코커스(Ruminococcus) 수치가 낮으면,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의 수준이 높게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장내 미생물은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 등이 있어 유산균 등과 함께 유익균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장과 뇌의 구체적인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가령 특정 장내 미생물 감소로 인해 장의 투과성이 높아지고 뇌에 도달하는 유해 대사물이 늘어나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 뇌에 축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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