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10억년 후 5배 느린 '시간 지연' 확인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우주팽창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우주의 흔적을 발견했다. 

준항성 천체인 '퀘이사(Quasar)' 데이터를 시계 대신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빅뱅((Big Bang) 후 10억년이 흐른 우주는 오늘날보다 시간 흐름이 5배나 느리게 흐르는 슬로우모션 상태였음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Astronomy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Astronomy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운동 상태나 중력 크기에 따라 시간은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른다. 이를 '시간 지연(time dilation)'이라고 한다. 이는 시공간의 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운동 속도가 빠를수록, 중력이 클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먼 과거의 우주의 시간을 관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호주 시드니대 제라인트 루이스 교수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브렌던 브루어 교수 연구팀은 20년에 걸친 퀘이사 190개 관측 데이터를 상세하게 분석했다. 

녹색광·적색광·적외선 등 다양한 색과 파장으로 얻은 퀘이사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점멸 현상(ticking)을 표준화해, 관측 시점에 따라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퀘이사 시계'를 만들었다. 

루이스 교수는 "초신성은 밝고 단일 섬광처럼 움직여 연구가 쉽지만, 퀘이사는 불꽃놀이처럼 복잡하다. 우리는 이 불꽃놀이를 분석해 퀘이사도 초기 우주의 표준 시간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퀘이사 시계 데이터를 토대로 우주의 시간을 현 시점으로부터 10분의 1 정도 전으로 되돌렸더니 초기 우주의 시간 흐름은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빅뱅 후 10억년이 지난 시점을 관찰해, 지금보다 시간이 5배 느리게 가는 것을 관측했다.  

루이스 교수는 "여러분이 이 초기 우주에 있다면 1초가 1초처럼 느껴지겠지만, 120억년이 지난 미래의 우리 입장에서는 그 초기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천문학자들은 초신성을 '표준시계'로 이용함으로써 시간 흐름이 느렸던 초기 우주가 우주 나이의 약 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초기 우주를 관찰하는 데 필요한 먼 거리에서는 관측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보다 심도 있는 내용이다. 빅뱅 후 극도로 느리게 움직이는 초기 우주를 처음 관측한 것으로 아인슈타인 '팽창 우주'의 수수께끼 중 하나를 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루이스 교수는 "아인슈타인 덕분에 시간과 공간이 얽혀 있고,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공간 팽창은 초기 우주 관측시 지금보다 시간이 훨씬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기 퀘이사 선행연구에서는 우주의 팽창과 시간 지연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는 퀘이사가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것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실제로 관측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