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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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진행되는 동물 실험은 칼로리 제한이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촉진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칼로리 제한'이 아니라 단순히 '배고픔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의 스콧 플레처 교수 연구팀은 대사와 뇌가 포유류와 유사점을 갖고 있는 초파리(Drosophila)를 이용해 공복감과 노화 과정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앞선 연구를 통해 초파리가 공복감이나 포만감을 느끼는 신경 신호는 이미 특정된 상태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 영양소인 가지사슬아미노산(BCAA)이 포만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초파리는 BCAA를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고 반대로 BCAA가 결핍된 음식을 먹으면 공복상태가 유지된다. 

연구팀은 공복감과 실제 음식 섭취 중 어느 것이 노화 과정과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BCAA가 적은 가벼운 음식을 초파리에게 먹여 '먹이는 섭취하지만 공복감은 지속되는 상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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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BCAA 함량이 낮은 먹이를 먹은 초파리는 공복감으로 더 많은 먹이와 칼로리를 섭취했다. 그리고 수명도 더 길었다.

아울러 연구팀은 광유전학을 통해 붉은 빛이 뉴런(신경세포)에 닿으면 공복감이 증대되는 초파리를 만들어내고, 광자극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공복감을 느끼게 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공복 반응을 유발하는 초파리 뉴런을 직접 활성화했을 때 배고픔에 자극받은 초파리는 일반 개체의 2배에 달하는 음식을 소비했지만 그럼에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레처 교수는 "식사 제한의 연명 효과는 섭취한 음식이 부족하다는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라고 주장한다. 논문 최대 저자인 크리스티 위버 박사는 "우리는 초파리에 채울 수 없는 형태의 공복감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초파리는 장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초파리 먹이에 포함된 BCAA를 줄이면 공복에 관여하는 뉴런이 '히스톤'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히스톤은 DNA와 결합해 유전자의 활성을 제어한다. 연구팀은 변화된 히스톤이 식사와 배고픔, 그리고 노화 사이의 연결고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만성적 공복감이 개별 뉴런에 있는 히스톤을 변화시켜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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